한국경제 짓누르는 글로벌 'D'의 공포

최경환 "저성장·저물가 위협직면"

2014-10-1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국제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물가 위험에 직면했다”며 “경제의 체질 개선과 성장 잠재력을 확충화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기재부는 이날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하방 위험과 불안 요인이 있다고 진단했다.기재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유로존의 경기 침체 장기화,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의 경기 둔화 등의 하방위험이 상존한다고 판단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 유로존 경기침체, 지정학적 위험 등 불안요인이 있다고 평가했다.실제로 최근 주요국의 실물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1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미국의 9월 생산자 물가는 전월 대비 0.1% 떨어졌다. 당초 시장은 전달 대비 0.1%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도리어 지난해 8월 이후 첫 하락세를 기록했다. 뉴욕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지수 역시 시장의 예상치인 21.0을 크게 하회한 6.2로 나타났다.같은 달 소매판매 역시 전달보다 0.3% 줄어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전문가 예상치 0.2% 감소에도 못 미쳤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일자리가 늘어나도 임금 상승이 정체돼 가계의 구매 여력이 확장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유로존의 경제 상황도 녹록치가 못한 상태다.최근 발표된 독일의 독일의 8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4%나 감소하며 유럽 경기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시켰다. 전일 발표된 영국의 9월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1.2%에 그치며 2009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이 발표한 유로존의 8월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1.8% 감소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부진한 글로벌 실물지표에 국제 금융시장은 즉각 요동쳤다.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장 중 한때 3%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이날 다우존스사업평균지수는 1.06%, S&P500 지수는 0.81%, 나스닥 지수는 0.28% 하락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에선 연중 최저치가 속출했다. 영국 FTSE 100 지수는 2.83%, 프랑스 CAC 40 지수는 3.63%, 독일 DAX 30지수 역시 2.87% 각각 급락했다.유로존발 세계 경기 둔화 우려 속에 미 경제지표 약화로 연방준비제도(Fed)의 첫 금리인상 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국채에 대한 안전자산 매수세를 부추겼다.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이 한때 연 2% 아래로 내려앉으며 2013년 5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독일 국채금리도 장중 전일 대비 0.087bp 하락한 0.75%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의 곳곳에서 디플레이션 징후가 보이고 있다.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에 그쳐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2년 11월 1.6%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23개월 연속 0~1%대에 머물고 있다. 물가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1965년 이래 2% 미만 물가가 지속된 기간으로는 가장 길다.여기에 최근 5년간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임금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기재부가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실질임금 증가율은 1.28%로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3.24%의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실질임금 증가율이 둔화되면 가계 소비 여력이 위축돼 이는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런 시장의 우려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한은은 1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6%로, 내년은 종전 4.0%에서 3.9%로 각각 낮춰 잡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종전 1.9%에서 1.4%로, 내년은 종전 2.7%에서 2.4%로 각각 수정 전망했다.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을 3.9%로 전망한 데 대해 “정부의 예산증액을 통한 재정확대가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반영된 수치”라고 설명했다.장기간 1%대를 유지하고 있는 저물가에 대해서는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총재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으로 갈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