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만에 빛바랜 '초이노믹스'

저성장·저물가·엔저 대응 미숙에 기업 성장성 급감

2015-10-22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23일 취임 100일을 맞게 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 성과에 대해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는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저성장, 저물가, 엔저로 일컬어지는 신3저 현상 등의 대외 변수에 대해서는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22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7월 16일 취임 이후 14주 동안 내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등 13개의 각종 정책을 제시했다.취임 직후에는 부진한 내수 경기를 살리고자 41조원 규모의 거시정책 패키지를 내놨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또 8월에는 사내유보금 등 기업 내에 쌓여 있는 돈을 가계로 흘러 들어가게 하겠다며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패키지’를 내놨다.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5.7%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하고 담뱃세 인상도 주도했다.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거시경제지표는 나쁘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 수치와 일치한다. 적정한 경제활력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경상수지 흑자는 1∼8월 543억 달러에 달하며, 3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증가율도 2분기 3.2%에서 3분기 3.9%로 소폭 상승했다. 설비투자 역시 작년 1분기를 바닥으로 V자 곡선을 그리며 2분기에 7.7% 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체감경기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전(全) 산업의 다음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12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34개월간 한번도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한국은행 BSI 전망치는 지난 34개월간 70∼80선을 오르내리고 있을 뿐 90을 넘은 적조차 없었다. BSI는 기업이 실제로 느끼는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벌이는 BSI 조사에서도 34개월간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경우는 8개월(23.5%)에 불과했다.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2009년에도 전경련 BSI가 100을 넘은 경우는 6개월에 이르렀다.분기별로 경기를 전망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BSI도 비슷하다. 2012년 1분기부터 12개 분기 동안 긍정적 체감경기는 올해 2분기(111)와 3분기(103) 등 2개 분기(16.7%) 뿐이었다.전경련은 이런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저성장, 저물가, 엔저 등 ‘신3저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하락세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국내외의 저성장 기조로 기업의 매출확대에 한계가 생겼고 소비위축으로 인한 저물가로 수익성이 악화했을 뿐 아니라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산업분야에서 일본의 엔화 약세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세계경제성장률 평균보다 낮은 2∼3%대 낮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던 적은 2차례밖에 없었다.잠재성장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2∼2025년에는 2.4%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저물가 추세의 고착화도 우려된다. 저성장 국면의 저물가는 가계의 소비위축과 기업의 이윤감소를 초래한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3%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물가상승률 0.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엔저 역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 요인이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대부분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에 치이고 있다.이런 요인들에 의해 국내 기업의 성장세와 수익성은 2012년부터 크게 하락하고 있다.수출기여도를 기준으로 한 국내 6대 주력산업 가운데 휴대전화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2년 17.0%에서 2013년 12.0%로, 올 상반기는 -2.1%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24.3%→20.7%→7.8%의 궤적을 보이고 있다.TV·디스플레이 산업의 매출 증가율은 17.0%→9.7%→-8.1%, 영업이익률은 75.1%→14.9%→6.1%로 악화일로이며 자동차산업도 매출 증가율은 10.5%→5.2%→1.5%, 영업이익률은 8.3%→7.8%→7.5%로 하향 추세다.조선산업은 매출액 증가율이 2.1%→0.3%→-0.9%, 영업이익률이 4.1%→2.0%→-3.6%로 현재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이렇게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되다 보니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줄 요인이 나타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내수소비도 극도로 부진해졌다.더욱이 경기와 무관하게 비소비성 지출이 늘면서 지갑을 닫은 가계도 증가했다.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경제회복을 중점으로 재정과 금융정책을 병합해서 추진하는 정책은 바람직하다”며 “투자를 살리고 소비를 장려하는 측면은 좀 더 보완하고, 규제 완화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