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수장 일제히 교체...키워드는 ‘리테일’

한국 철수 전조냐 재도약 발판이냐

2015-10-28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의 수장교체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문제의 핵심은 소매금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국SC은행의 경우 회삿돈으로 초호화 돈잔치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바 있는 아제이 칸왈 행장이 취임 6개월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그러나 행장 교체의 가장 큰 원인은 실적 부진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SC은행은 2014년 1분기 영업이익 442억원, 2분기 370억원 손실을 입어 상반기 누적 812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분기 61억원을 달성했으나 특별퇴직비용을 반영한 1분기 286억원의 손실로 거둬 상반기 누적 2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292억원과 비교해 117.4% 하락한 수치다.순이자마진(NIM)의 경우 이번 상반기 1.98%로 전년 동기 대비 5bp 떨어졌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10년 6.4%에서 올들어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SC은행의 이 같은 몰락은 주력해온 소매금융과 주택담보대출 부문의 실적부진 영향이 크다. SC은행의 총여신은 2012년말 4.59%, 2013년말 3.92%를 기록했으나 2014년 1~3월까지 3.68%로 떨어졌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에서의 경쟁력이 후퇴한 것도 타격으로 작용했다.이런 상황에서 칸왈 전 행장은 영업력 강화만을 강조해 왔을 뿐 구조조정 외에 별다른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후임 행장의 인선 역시 의미심장하다. 박종복 리테일금융 총괄본부 부행장은 제일은행이 SC그룹에 인수된 뒤 소매사업1본부 상무, 프리미엄 사업부 상무, 소매채널사업본부 전무 등을 지낸 일종의 소매금융 전문가다. 앞서 근무했던 칸왈 전 행장 역시 소매금융 전문가로 꼽혀온 인물임을 고려한다면, 현재 SC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리테일 부문의 혁신 또는 정리라고 볼 수 있다.사실무근이라는 SC은행 측의 주장과는 달리 업계 관계자들은 SC그룹이 본사 차원에서 소매금융 축소와 기업 금융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지화에 실패한 상황임이 명백해진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체계를 개편하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점포 추가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문제 역시 다시 한 번 불거질 전망이다.씨티은행의 경우 박진회 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이 신임 씨티은행장으로 내정된 이후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박 내정자는 씨티그룹의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인 ‘탈렌트 인벤토리 리뷰(Talent Inventory Review)’를 거친 내부인사다. 그럼에도 논란이 이는 이유는 그가 그간 기업금융만을 주로 전담해온 인물이라는 점과 전 하영구 행장의 입김으로 행장자리에 올랐다는 의혹 때문이다.박 내정자는 씨티은행 자금담당 본부장을 거쳐 삼성증권 운용사업부담당 상무,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기업금융그룹장을 맡아왔다. 소매금융보다는 기업금융 전문가에 가깝다.현재 씨티그룹은 한국에서 수익성이 낮았던 소비자금융사업을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소매금융이다. 씨티그룹은 한국씨티그룹캐피탈만 매각할 뿐 은행이나 카드 사업은 매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매금융에서의 수익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지점 통폐합을 비롯한 업황 축소의 불씨는 남아 있다.씨티은행은 올해 2분기 7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이자수익도 2013년 반기 6428억5900만원(누적)을 기록한데 비해 같은 기간 6312억4600만원으로 집계돼 116억1300만원 규모가 줄어들었다. 소매금융에서 중요한 수익요인인 순수수료 이익 역시 올해 44억33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매금융 축소 방침은 지점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노조는 강력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 측은 박 내정자에 대해 “소비자금융도 잘 알지 못하는데 은행을 운영할 수 있겠냐”며 반발하고 있다.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반적인 추세를 볼 때 씨티은행과 SC은행은 모두 현지화 실패로 고배를 마신 소매금융보다는 수익성이 보장된 기업금융의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며 “새 행장들이 무사히 인선을 마치고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구조조정 이슈가 다시 불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