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활 ‘골든타임’ 놓쳤다
[특별기획] 위기의 제조업 돌파구는 없나 ⑤
2014-10-29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국내 제조업 침체를 되돌릴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세계 경제 대국들이 앞다퉈 제조업 경쟁력 강화전략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공허한 구호만 외칠 뿐 정부의 대응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획기적 경쟁력 제고 이끌 민관소통 구심점 선행과제
기업 부담 가중시키는 법안 확대 및 견제 시정돼야
국내 경제상황이 최근 몇 년간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을 이어가는 등 위기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 6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내놨다.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쟁기반 약화 이유로는 고비용 생산구조, 해외생산 증가 등 국내생산기반 약화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철강·조선 등 일부산업 업황의 부진을 꼽았다. 또한 엔지니어링, 디자인, 소프트웨어(SW), 소재 등 고부가가치 부문 경쟁력의 지속적인 하락세도 제조업 위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이에 따라 산업부는 △‘경공업 발전 중심의 제조업 1.0 전략’ △‘조립·장치산업 위주의 추격형 제조업 2.0 전략’에 이어 △융합 신산업 선도형을 지향하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수립하며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이를 위해 산업부는 구체적으로 △융합형 신 제조업 창출 △주력산업 핵심역량 강화 △제조혁신기반 고도화 △해외진출 촉진 등 4대 전략(8대 과제)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제조업 혁신전략이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이나 강력한 추진 주체 등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정치적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제조업 전반의 획기적인 경쟁력 제고를 이끌 민관 소통의 구심점 역할이 없이는 그저 ‘제자리걸음’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이다.이와 관련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지난 8월 석유화학업계 현안점검 간담회에서 “민관합동 제조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협업을 통해 범부처 실행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산업부 측은 ‘제조업 혁신 3.0 전략’ 실행대책을 하반기부터 조속히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본격 추진한다는 입장이다.정부가 재계의 투자 기틀 마련을 위해 기업규제개선에도 나서고 있지만, 실상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 확대 및 기업 견제가 오히려 과도해진다는 비판도 거세다.특히 최근 ‘최경환노믹스’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기업소득 환류 세제다. 이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기업의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한 경우 단일세율 10%로 과세하는 방식이다.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결국 세수확보를 위해 기업들을 압박하려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겠다는 것은 기업들이 이미 투자한 생산설비를 처분하라는 말과 다름없다”며 “지금은 정부가 기업에게 힘을 실어줘야할 때”라고 토로했다.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정부가 대기업 총수들을 중심으로 벌이는 ‘사정바람’ 또한 기업들에게 있어 큰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그 여파로 작년부터 현재까지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검찰 조사와 구속을 되풀이하고 있다.오너부재에 따른 해당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기업 대다수는 대규모 투자 및 신규 시장 진출을 사실상 중단한채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기 급급한 상태다.재계 한 전문가는 “정부의 현 정책은 박근혜 정부가 올해 초 강조한 ‘손톱 및 가시 뽑기’ 등의 사안과는 동 떨어진 행보”라며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추진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상생협력을 갖춰야 성장동력의 틀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없이 녹아들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