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성 의식을 가진 사람에겐 아주 민망할 일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인터넷의 성인 전용 사이트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었던 스와핑(부부교환 섹스) 같은 성 풍속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와핑 개념은 고대 문명사에도 전해지고 있고 지금의 할로윈 축제나 가면무도회 같은 세계 여러 민족의 축제에도 그 잔재가 남아 있다. 킬리만자로의 원시부족인 마사이족은 남자들 간에 잠자리를 품앗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 양, 염소를 방목하며 우유와 치즈같은 우유 발효 식품을 주식으로 하는 이들은 부계의 복혼(複婚) 사회를 이루고 산다. 한 남자가 많은 여자를 거느리고 살며 남자들은 소 떼를 거느리고 방목에 나섰다가 한 달에 한번이나 두 달에 한번씩 귀가를 한다. 오랜 기간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면 여러 명의 아내와 섹스를 하는 것이 큰 숙제. 만일 힘이 딸려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하기 어렵다면 친구에게 SOS를 요청한다. 요청을 받은 친구는 부탁을 한 친구의 아내와 자연스럽게 동침을 한다. 그랬다가 나중에 힘에 부쳐 자신의 아내와 섹스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일전에 도와줬던 친구에게 자신의 아내와 함께 자 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면 이번엔 그 남자가 다시 되 갚음을 해준다. 이렇게 마사이족은 A가 힘이 부족하면 B에게 부탁하고 나중에 B가 또 A에게 부탁하는 식으로 친구의 처나 남편이 있는 다른 여성과 섹스를 한다. 이런 풍습이 스스럼없이 이루어져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도시국가인 스파르타에서는 건강하고 용맹한 자식을 낳은 여성을 형제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빌려주는 풍습이 있었고, 에스키모인들은 <불 끈 후 게임>이라고 하여 남자들이 서로 다른 침실에 들어가 잠자리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그러나 문명사회의 스와핑은 문제가 되고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는다. 지금 현대사회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형태의 스와핑이 시작된 것은 1950년대 미국에서였다.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 쌍방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졌던 원시족의 스와핑과는 달리 지적 수준이 높고 고소득 전문가 그룹 사이에서 행해졌다. 오직 쾌감을 극대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시도한 것이다.
성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배우자나 동거 파트너에게 끈질기게 스와핑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터넷이나 대중 매체에서 접하는 스와핑 경험담에는 그런 자기 과시적 욕구가 대개 드러나 있다.
그래서 실제 스와핑을 경험한 후에 부부관계가 끝을 맺게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내가 다른 남자의 품안에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실망하고, 스와핑의 파트너인 여성이 성적 만족감을 얻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토라지는 등의 문제들로 다투다가 결국 이혼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하지만 이 경우라면 어떨까? 조루, 발기부전, 성욕 저하 등 기능장애가 원인이 되어 섹스리스가 되기 직전의 부부라면 <아나바다>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스와핑에 성의학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아내나 남편을 '나누고 바꾸어서' 섹스를 한다는 것은 엽색적이다. 하지만 성기능 이상 징후가 있을 경우 충격 요법으로 성감이 회복되거나 저하된 성욕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런 면에서라면 긍정적인 측면이 된다. <아나바다> 캠페인에서 '아껴 쓰기'와 '다시 쓰기' 두 가지 테마를 성생활에 차용한다면 섹스 트러블로 인한 가정파탄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눔의 섹스는 아직 도덕적으로 요원한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