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수 ‘비상등’…사상 초유 4년 연속 펑크 가능성

기업실적도 악화…예정처 “3.3조원 펑크”

2015-11-03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내년 세수에 벌써부터 비상등이 켜졌다.정부가 세수 추계 과정에서 활용한 성장률·물가 전망치가 낙관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담뱃값 인상에 따른 개별소비세수 증가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세수 펑크 가능성이 있다.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제시한 내년 국세수입 예상치인 221조5000억원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정부의 내년 세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편성 노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세입 예산안 분석 및 중기 총수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수가 218조2000억원으로 정부 예상치인 221조5000억원에 비해 3조3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관측했다.학계에서도 6% 경상성장률의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며 내년 세수 역시 펑크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이는 한국이 2012년부터 2015까지 사상 초유의 4년 연속 세수 펑크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는 의미다.국세 수입은 2012년에 2조8000억원이 부족했던 데 이어 지난해 8조5000억원, 올해도 최소 8조5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고 있다.내년 역시 세수 펑크가 불가피하다는 주요한 사유 중 하나는 올해 세수 부족 규모가 예산안 편성 당시보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국세 수입은 한해 전 실적을 기반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추정하는데, 전년도 세수가 줄면 기준점이 낮아지면서 다음해 세수도 함께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당시 8조~9조원선으로 추정했던 올해 세수 부족 규모를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10조원 이내로 늘린 바 있다.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세수가 정부 예상보다 10조7000억원 부족한 205조7000억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에서도 최소 10조원 이상의 세수 펑크를 예상하고 있다.정부의 내년 세수 예상치인 221조5000억원은 예산상 반영된 올해 세수인 216조5000억원보다 2.3% 늘어나는 데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10조원 가량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다면 기준점이 206조5000억원으로 내려가 실제로는 7% 이상의 세수 증가를 의미한다.내년 경제 회복을 감안해도 7%(약 15조원) 이상의 증가세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내년에 법인세 수입의 기반이 되는 올해 기업 실적 역시 급전직하하면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한국은행이 상장기업과 주요 비상장기업 17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감소했다.

기업의 매출액이 1년전 대비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올해 예상치 대비 내년 세수 증가분 5조1천억원 중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개별소비세 증가분 1조8000억원은 국회의 담뱃값 인상 논의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초 2000원 인상을 전제로 세수를 짰는데, 국회에서 인상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그만큼 세수도 줄어드는 것이다.3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근로소득세는 전년 대비 10% 이상의 증가율을 의미하는데, 기대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분석이 많다.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부는 내년에 경상성장률 6%를 전제로 세수 전망을 짰는데, 실제로는 잘해야 5% 정도 될 것”이라면서 “법인세 등 부분에서 세수 결손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