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 탈출구가 없다

[특별기획] ④ 바닥치는 기업 체감경기
기업경기실사지수 기준선 하회…경기 회복세 미진
차이나리스크·엔저공습 등 대내외 불확실성 산재

2015-11-06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회복세를 좀처럼 되찾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바닥을 치고 있다.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흔들리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엔저 등 대외적인 악재가 겹치고 있어 지속적으로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올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던 8월과 같은 수준이다.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기업 유형별로는 수출기업의 BSI가 전월 72에서 70으로 떨어져 2009년 3월(56)이후 5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내수기업(76→73)도 하락세를 보였다.기업 규모별로도 대기업(78→76)과 중소기업(71→67)을 가리지 않고 악화됐다.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전 산업의 다음 달 BSI는 2012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34개월간 한번도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벌이는 BSI 조사역시 암울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전경련에 따르면 기업들의 1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3.6으로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부문별로 살펴보면 내수 96.5, 수출 97.5, 투자 95.8, 자금사정 96.7, 재고 102.9, 고용 99.4, 채산성 94.0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재고는 100 이상이면 재고 과잉이라는 의미다.BSI 10월 실적치는 93.1로 7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 97.9, 수출 95.2, 투자 95.2, 자금사정 97.3, 재고 105.0, 고용 99.4, 채산성 93.4 등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경기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한데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요기업의 3분기 실적이 악화하는 등 부정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실제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비상등이 켜졌다.더욱이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달 31일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엔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 일본 기업들이 수출 단가까지 내린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차이나리스크 역시 대표적인 대외악재로 꼽힌다. 그간 한국 수출기업의 최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던 중국이 최근 수입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국 산업생산능력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중국은 경쟁상대가 된지 오래다.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과거 스마트폰의 대표적인 해외매출처 중 하나로 꼽히던 중국에서 현지기업 샤오미에 밀려 1위자리를 내줬다.특히 중국기업들이 자국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빼앗길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저성장 기조 및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금융정책에도 회복 모멘텀이 미약한 만큼 구조개혁,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