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논의, 경제민주화 후퇴하나

금산분리 완화해야 설립 가능...“동양사태 재발 우려”

2015-11-06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고민을 공론화 하면서 경제민주화 정책의 후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금산분리법과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 프랜차이즈법 등은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박근헤 대통력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현재 논의 중인 금산분리 강화법의 경우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기존 9%에서 4%로 축소하는 방침을 담고 있다.그러나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IT(정보기술)와 금융 거래의 접합면이 늘고 있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할 단계는 됐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관해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인터넷 전문은행이란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에서 예금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은행으로 이 은행을 허용하려면 기업의 무분별한 금융업 진출을 막고자 도입한 금산분리 원칙부터 바꿔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및 오픈마켓 등 인터넷 전문은행 운영에 유리한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은행을 설립할 수 없다.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신 위원장도 은행 설립 논의 전 고민해야 할 과제로 “은행에 대해 산업 자본을 허용할 것인지, 그에 따른 소유 제한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꼽았다.금산분리의 핵심은 일반지주회사가 은행 등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했다는 점이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자본과 돈을 빌려야 하는 산업자본을 분리해 산업 자본에서 금융자본을 악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금융의 경우 자기자본 비율이 낮고 대부분 고객, 채권자의 자금으로 영업하는 만큼 기업의 금융자본 소유가 자유로워 질 경우 고객의 자산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이 같은 우려가 현실에 나타난 것이 바로 동양사태다. 동양증권은 동양 일가의 지시에 따라 부실한 계열사 기업어음(CP)을 아무런 제재 없이 팔아치웠고, 자금난이 본격화된 2010년 동양파이낸셜대부와 티와이머니대부를 통해 1년 반 동안 다른 동양 계열사들에 1조5621억 원을 빌려줬다.이처럼 동양증권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개인금고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동양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발발 이후 인터뷰를 통해 관련 재벌총수가 금융 계열사를 사금고화하는 일을 막으려면 금산분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노 위원장은 “동양그룹에서도 일부 순환출자가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며 “유사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신규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조속히 입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경제 전문가들도 금산분리는 완화가 아닌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급 금융사’의 출현으로 인한 국가적 이익보다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각종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는 것이다.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 은행이라 할지라도 고객과의 접점이 바뀔 뿐 금융업이라는 본질은 같다”며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IT 기업이나 제조업체의 은행업 진출 허용은 그 이점보다는 폐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