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2010년 글로벌 경제 기상도’

2010-01-03     홍세기 기자
[매일일보] 2010년 세계경제에는 갖가지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주요국이 상대적 저금리 정책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G20 등의 국제공조 체제를 통해 금융부실이 국제적으로 파급되는 것은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세계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도 위기 탈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대한 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의 해결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의 강화라는 구조적 과제의 해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세계경제가 안정을 되찾는 과정에서 수출구조가 안정적이고 정부의 재정 효율이 높은 신흥국들은 성장을 지속하는 반면, 단기 외채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산 버블의 우려가 있는 국가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녹색 산업 육성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산업에서도 친환경적인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당면한 과제가 될 것이다. 과잉유동성 속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세계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국제적인 투기 규제 등에 힘입어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G20체제는 세계경제의 갖가지 현안 해결을 위해 국제협조 체제로 정착될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과 개도국의 정치·경제적 대립 등에 기인한 보호주의의 확대를 억제하는 힘이 될 것이다.

2010년 세계경제 더블딥 가능성 낮다(이지평 수석연구위원)

□ 디플레 압력과 인플레 우려가 동시에 상존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더블딥(이중침체)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등에서는 더블딥을 기존 사실로 받아들이는 논조까지 확산되고 있다. NBER(미국경제연구위원회)가 유일하게 더블딥으로 인정하는 것은 1979년의 제2차 유가파동기이다. 이 때는 짧은 경기회복세가 좌절되고 경제가 더욱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NBER의 판단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첫 번째 경기침체 못지않게 두 번째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현상을 더블딥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상반기에 극심한 침체를 보인 세계경제가 하반기에 회복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각국의 금융완화나 재정 확대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민간수요는 아직 자율적인 회복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향방에는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인이 상존한다. 경기회복을 견인해 왔던 확장적인 재정·금융 정책을 수정하는 출구전략이 실패할 가능성, 금융완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과잉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이나 중국 등 신흥국의 자산시장에서 투기를 과열시킬 가능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실업률의 지속적 상승이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 등이 있다.

이러한 불안요인 속에서 2010년도의 세계 경제는 디플레 압력과 인플레 우려가 동시에 상존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 고실업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10년에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클 것으로 보여 자산시장이나 상품시장의 투기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활동 수준 자체는 과거의 확대 트렌드에서 크게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록 2010년도에는 성장률 자체는 높아지
더라도 경제활동 수준은 과거의 추세선을 회복하지 못해 거시경제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개도국의 경우에는 선진국과 달리 2009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고 2010년도에 성장세를 높여갈 것으로 보여 선진국과 같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일부 국가의 경우 부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들은 선진국에 앞서서 2010년도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2010년도에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선진국과 점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일부 개도국이 혼재하면서 세계경제 전체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플레 압력과 인플레 압력의 미묘한 균형은 언제든지 깨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저금리 엔화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각종 자산 버블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미국과 일본이 0%대 금리를 유지하고 유럽중앙은행 금리도 1%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과잉유동성 압력이 잠재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과잉유동성의 부작용과 신흥국의 자산 버블 우려를 고려한다면 선진국이 자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일찍 금리 인상을 결정할 필요도 있지만 이것이 경기의 추락을 초래할 수도 있는 딜레마가 있다.

□ 주요국의 신중한 정책운영과 국제협조로 더블딥 가능성 낮다

각종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더블딥보다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선진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성장세 회복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무리하게 출구전략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원자재 투기에 대해서도 미국 등이 투기 감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08년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7달러에 달했지만 현재의 세계경제 환경으로 볼 때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여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에 대한 미국 등 선진국의 투기 억제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계경제의 갖가지 불안 요인으로 인해 각국 기업의 투자도 부진해지고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선진국정부가 재정지출을 삭감하면 201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세계경제가 점차 둔화될 경우에도 2008년 말의 리만쇼크 이후 세계경제 전체가 극심한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을 때와 같은 충격이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 주요국은 G20 협조체제를 강화하거나 IMF의 자금 공급체제를 재정비하면서 금융부실이 실물경제 위기로 파급되지 않도록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고 있으며, 주요국의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불안 심리에 휩싸이고 있는 각국 기업의 투자 마인드가 회복될 경우 2010년 후반에서 2011년에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세계경제를 둘러싼 갖가지 불안 요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즉, 전체적으로 보면 2010년 세계경제가 리만 쇼크 직후와 같은 극심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더블딥으로 인정할 만큼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2009년의 -1.0%에서 2010년에는 3.1%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9%에 달하는 중국 등의 호조로 인해 개도국 경제는 5%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경제 신뢰 회복 어렵다(유승경 연구위원)

미국 경제는 2010년에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도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경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미국의 경제는 다음의 두 가지 특징을 나타낼 것이다. 첫 번째, 경기회복의 양상은 상반기의 다소 빠른 성장세가 하반기로 가면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와 연준리(FRB)는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경제의 조기 회복을 이끌어냈고 더블딥의 촉발을 제어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개입의 성과가 미국경제를 정상궤도에 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강한 수요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2010년에는 민간 소비수요가 경기를 크게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가계는 부채를 조정하느라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 수요의 견실한 증대는 고용 사정이 개선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2%로 25년만에 최고치를 보인 이후, 11월 10%로 낮아졌지만, 2013년에 가서야 위기 이전의 고용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용사정의 정상화가 늦어지게 되면 소비심리의 회복도 어려워 민간수요의 회복은 그만큼 더딜 것이다. 두 번째로 2010년 미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가 이번 경제위기를 심화시킨 구조적 문제점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경제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정책 선택의 폭과 속도는 제약을 받게 될 것이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에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의 한 축을 구성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더 이상 용인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오바마 행정부는 소비 위주 경제를 수출 주도 경제로 전환하고 자국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달러화의 급등을 막으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경상수지 개선에 일정 정도 성과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이 추구하는 수출 증진 정책은 미 달러화 가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을 안고 있어 환율에 대한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데 혼선을 빚을 수 있다. 또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급격하게 걷어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보장지출 등 예정된 재정지출수요로 인해 당분간 적자 재정이 불가피하고 이것은 미국경제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짐이 될 것이다. 게다가 수출주도형으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정책은 중국,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주도 경제 국가와의 긴장과 마찰을 야기할 것이며, G20 등을 통한 국가간 이해조정의 결과가 미국 경제정책의 성과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리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 가지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소비나 부동산 붐 없이도 고용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야 하며 둘째 글로벌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도록 대외교역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과정은 경제구조의 개혁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분업 질서 재편을 의미한다. 이 같은 중장기적 과제를 해결하면서 경제 성장세를 지속해 나갈 것인가가 이번 위기로 무너진 미국 경제의 신뢰회복 여부를 결정할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장기적인 과제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이라는 정책 과제와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고용을 창출하고 경기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확대 정책의 지속이 필요하지만 이는 글로벌 불균형이나 미국 재정적자 문제의 해결이라는 중장기적인 과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게된다. 2010년 미국경제가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세를 유지하더라도 이러한 중장기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재정적자의 심화 속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신용평가 하락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한 달러화의 불안정한 변동이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상황이 2010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신흥시장 격차 커진다(김형주 연구위원)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신흥경제권 국가들은 다양한 형태로 글로벌 호황의 혜택을 누렸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원자재 수출로,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이 많은 나라는 공산품 수출로, 자본 조달이 손쉬운 나라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빠른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0년 신흥경제권의 성장 전망은 국가별로 엇갈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흥경제권 전체로는 회복이 예상되고 있지만, 각국의 경제구조나 정부의 효율성 등에 따라 그 속도 면에서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유럽, 중동 등 일부 국가들의 경우, 위기의 불씨가 채 꺼지지 않고 남아 있다.

□ 수출 구조, 정부 역할, 금융조달이 신흥국의 명암을 결정

2010년 신흥경제권의 회복 속도에 차이를 가져올 주요 변수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각국 경제의 수출 구조, 즉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수출 상품의 구성비, 교역 상대국 등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는 상품의 종류와 상관 없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바빴지만 아직 글로벌 경기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2010년에는 각국별로 차별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흥경제권 수요가 많은 원자재나 중저가 최종재, 자본재의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내수 부양 정책의 지속성과 효율성 차이다. 지난해 신흥경제권 국가들이 선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실적을 기록한 것은 비교적 건전한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내수 부양 정책을 통해 위기의 충격을 상당부분 완화시킨 데 힘입은 바가 크다. 올해 역시 민간 부문의 소비나 투자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기가 아직 이르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그러나 신흥경제권에도 지난해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된 국가들이 많아 재정 확대 기조의 유지 여부 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 지출의 무게 중심이 소비에서 투자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공공부문의 투자 지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될 것인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셋째, 금융 조달 구조의 건전성이다. 이번 위기에 따른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하지만, 자본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불안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각국에 유입된 자금의 성격이 어떤지, 해당 자금이 그 동안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 BRICs와 아시아 지역의 상대적 호조 예상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범주를 기준으로 신흥경제권의 상황을 평가한 전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표적 신흥경제권인 BRICs 4개국의 경우, 중국은 쾌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와 브라질은 안정적이고 러시아는 흐릴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 EU 등 선진권 시장 의존도가 낮아지는 추세이며, 수출 상품 구성 역시 빠르게 선진화되어가고 있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 안정적인 재정건전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러시아는 원자재 비중이 높은 것은 긍정적이나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며, 그 동안 유입되었던 대규모 해외투자와 원유 수출 대금이 SOC 등 공공부문의 효율성 개선보다는 건설 등 자산 버블과 소비 확대에 기여한 측면이 컸다. 금융 부문의 위험도 역시 높은 편이다. Post BRICs, VISTA 등의 이름으로 관심을 끌었던 차세대 신흥경제권 국가들의 경우, 수출구조가 다변화 되어 있고 원자재가 풍부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비교적 밝겠으나 선진권 소비재 제조와 수출에 특화되어 있고 재정 여력이 크지 않은 서남아시아와 동유럽 일부 국가들의 상황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위기 전까지 높은 성장세가 예상됐던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알제리, 남아공 등은 여러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공공투자의 효율성과 금융 부문의 취약성 개선이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2010년 신흥경제권 기상도는 지역별, 국가별로 명암이 나뉠 전망이다. 최근 위기 가능성이 불거진 두바이를 비롯해 발틱 및 동유럽 지역 일부 국가들에는 외환위기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과거처럼 신흥경제권이 다 함께 고성장을 누리던 시기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과거와 같은 ‘묻지마’ 투자가 성공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10년 성장 전망은 선진권보다 신흥경제권이 더 밝다는 점이다. ‘No Risk, No Profit’이라는 말이 있다. 신흥경제권의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들을 좀 더 정교하게 분석하면서 접근한다면 신흥시장의 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본격 시동(이광우 선임연구원)

제 15차 기후변화회의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표와 포스트 교토 체제의 구축을 위한 논의의 틀만을 마련한 채 폐막됐다. 탄소 감축 목표 할당, 개도국에 대한 지원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구속력 있는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변화 방지라는 원칙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비용 부담 측면에서는 자국 경제를 우선적으로 중시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자리였다. 이에 따라 법적 구속력을 가질 포스트 교토 의정서의 체결은 2010년 연말에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제 16차 총회로 미뤄졌다.

□ 개별 국가 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

비록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의견 차이로 포스트 교토 체제의 도입이 난항을 겪고는 있지만, 기후 변화 방지를 위한 각국의 노력을 살펴보면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친화 산업을 성장 동력화하여 경제 성장 패턴을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말한다. 기존 산업에서 제조 방법의 녹색화, 재생에너지 등의 신산업의 발전과 함께 가정이나 사무실의 녹색화도 진전되면서 점차 친환경적 성장이 가능해진다. 미국, EU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개도국에서도 탄소 배출량 절감, 에너지 사용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의 사용 확대 등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이 추진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부족에도 대비해 에너지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0년을 기점으로 비OPEC에서 원유 생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피크오일(peak oil)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세계 원유 생산은 정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류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한한 자원인 석유의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가별 저탄소 녹색성장은 2010년부터 환경, 에너지 관련 구체적인 규제의 도입 및 시행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2010년 4월까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전기요금 고정가격 매입 제도(feed-in-tariff), 탄소세 도입 등이 포함된 ‘기후행동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미국은 CO2 등 6가지 온실가스를 오염물질로 규정하고 2010년 1월부터는 실사를 통해 오염물질 다량 배출시설에 대한 제재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자원낭비나 오염물질 배출의 책임을 생산자에게 묻는 ‘순환경제 촉진법’을 2009년에 시행한 이후, 에너지 소모가 낮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재생 에너지 등 신흥 산업을 적극 발전시킨다는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산업 신정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 가스 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탄소 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 저탄소 녹색성장 초기에 발생하는 전환비용 부담은 불가피

저탄소 녹색성장의 본격 시동으로 세계 각국들은 위험과 기회에 동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녹색 전환에 따른 전환 비용 부담 발생, 환경무역 장벽의 확대로 인한 세계 무역 위축 등을 초래함으로써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있는 반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녹색 산업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초기에는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에너지 가격의 인상, 탄소세 도입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집약 산업에서는 생산 비용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휘발유, 전기, 가스 등에서는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높은 개도국의 경우 생산 비용 상승의 부담이 선진국 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 녹색성장으로의 전환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에서 환경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세계 무역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미국, EU 등 일부 선진국에서 탄소 관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제품에 대한 환경 기준을 높여 수입을 제한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무역장벽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무역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개도국 내에서 산업 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환경무역장벽에 제한을 받지 않는 개도국으로 제조업 투자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 산업, 스마트 그리드 산업 등 녹색 산업은 정책 지원을 발판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유럽 신재생 에너지 협회(European Renewable Energy Council, 이하 EREC)는 500억 달러 규모인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규모가 2020년대에는 연평균 1,400억 달러 정도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잠재력이 큰 녹색 산업을 선점하기위해 녹색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녹색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하면 녹색시장은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유가 버블 발생 우려 적다(이광우 선임연구원)

2009년 원유,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은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 해 동안 국제유가는 89%, 구리 가격은 140%, 알루미늄 가격은 47% 등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자연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다시 버블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파급력을 지닌 원자재 버블의 존재 유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격이 현재와 미래의 수급 상황을 잘 반영하는지를 살펴보아야한다.

□ 현재의 국제유가는 수급 상황을 정상적으로 반영

2009년의 국제유가는 채산성 저하로 인한 공급 위축 속에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 증가, 미국 달러화의 약세, 수요의 증가 등을 발판으로 상승하였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석유의 미래 수요 증가를, 미국 달러화의 약세는 미국을 제외한 석유 수입국의 구매력을 높이면서 석유 수요를 증가시킨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 초반에서 70달러대로 상승하였는데, 70달러대 정도면 세계 석유 수요(2009년 3분기 기준, 1일 8,514만 배럴)와 산유국의 한계 원유 생산 비용(배럴당 70달러대)을 고려할 때 버블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석유 수요의 증가세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산유국들이 공급 확대에 노력하게 되는 지속 가능한 가격 수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편, 가격 상승의 폭이 컸던 이유는 세계 경제가 대공황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로 치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회복의 기대로 반전되면서 반등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2009년에 발생한 국제유가의 급등 현상에 대해서는 버블이 형성된 결과라기보다는 과도하게 낮아진 가격이 시장의 기초가치(fundamental value)로 수렴해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 국제유가 버블 발생 압력은 당분간 낮을 전망

그렇다면 2010년에 국제유가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여유 있는 수급 상황의 지속, 투기거래의 규제 강화로 인해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 전망을 살펴보자. 석유의 수요는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인 반면, 유가 상승으로 인한 공급 위축의 완화, 개발 중인 유전·광산의 생산 개시 등으로 인해 내년에도 공급 여력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원자재 선물시장에서 투기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기 수요로 인한 국제유가 버블 발생의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원자재 선물시장에 금융회사별로 거래 규모를 제한하는 포지션 제한, 1일 원유 선물 거래량에 대한 한도 설정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영국은 이에 공조할 계획이다. 투기거래에 대한 강화된 규제가 2010년에 도입될 전망이며, 이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에 대한 투기자금의 영향력을 더욱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급 상황에 여유가 있고 투기 거래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이므로 2010년 국제 석유시장에서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2010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인 점과 개도국 중심의 경제 회복을 고려할 때 세계 석유 수요는 2% 가까이 증가(1일 8천 6백만 배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세계 원유 생산의 한계비용을 고려한 적정 유가 수준은 배럴당 80달러 내외가 될 전망이다.

G20, 새로운 글로벌 협의체제로 정착(홍석빈 책임연구원)

이번 위기의 대응 과정에서 부상한 G20이 그 동안 국제 정치경제질서를 주도해 온 G7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도 주목할 이슈다. 2010년 G20은 세계경제를 포함한 글로벌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G7을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 협의체(글로벌 거버넌스)로 정착될 것인가, 아니면 경제위기 해소에 따라 수명을 다하는 한시적 체제에 머물 것인가.

□ G20의 부상은 세계 경제질서 역학관계의 변화를 의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정치경제질서는 G7이 주도해 왔다. 80년대 말 라틴아메리카와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만 하더라도 미국정부가 지급보증을 섰던 브래디채권(Brady Bonds) 발행, 국제통화기금(IMF) 유동성 지원 등 전통적인 G7식 위기대응 방식이 기능했다. 하지만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판도가 중국과 미국이 대표하는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그룹으로 나뉘는 소위 글로벌 불균형 상태가 심화되면서 국제 정치경제의 세력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권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G7중심의 세계경제 운영방식에 균열이 생겼다.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클럽인 G7만으로는 이번 위기 대처에 한계가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개도국을 포함한 G20이 새로운 세계경제 협의체로 등장했다. G7의 중국을 포함한 지역별 신흥개도국들까지 포함해 구성된 G20은 세계 경제질서 역학관계의 변화를 관리하며 질서를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떠 안게 되었다.

□ G20, 초기 정착엔 성공

G20은 적어도 ‘경제’ 영역에서만큼은 각국의 정책공조하에 관련 의제들을 소화해냄으로써 초기 정착에 성공한 모습이다. 내년부터 G20을 연례화 하기로 한 것이나 지난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G20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포럼으로서 G7을 영구적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무게를 실어준 점 등이 이를 방증한다. G7이 이번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내외의 비판을 받고 경제력에 있어서도 전세계 GDP(구매력기준) 비중이 2000년 62.5%에서 57.3%로 떨어지는 등 영향력이 감소해 왔던 반면, G20내 나머지 국가들의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6.7%에서 26.1%로 증가했다. 특히 G20에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대부분이 포함돼 있어 세계경제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전 세계 GDP의 84%와 인구의 66%를 점하고 있는 것도 지속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G7을 명실상부하게 대체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 동안 G7이 주도해 왔던 세계 정치경제질서의 세 가지 의제영역인 국제안보와 외교, 경제,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 영역 중 경제 및 일부 국제사회 책무에 한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핵과 테러리즘, 지역분쟁, 인권 등 현재 G7이 주도하고 있는 여타 의제들까지 포괄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려하면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 대외수지의 균형 회복, 기후변화 대응, 국제통상 협조 등이 분수령

향후 G20 앞에는 선후진국간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협력(글로벌 재균형화)체계 수립, 금융규제 및 기구개혁, 출구전략 공조, 기후변화 대응, 도하개발아젠다(DDA) 교착상태 해소 등 난제가 많다. 우선 세계경제 회복과정에서 중국은 내수중심, 미국은 수출강화라는 역할교대를 통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는 정책공조가 G20의 틀 내에서 실현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미 지난 해부터 미·중간 전략경제대화(SED)를 통해 입장 차이를 조율 중이지만 위안화 절상이슈 등 험난한 앞길이 남아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DDA도 난제들이다. 제 15차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5)는 선후진국간 탄소감축 규모, 검증과 제재, 후진국에 대한 지원규모 합의 등에 실패함으로써 구속력 있는 결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2010년을 DDA 타결의해로 삼겠다는 G20의 정치적 선언도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DDA가 내년 중 타결되기 위해서는 일정상 내년 1분기 말까지는 자유화 세부원칙(Modalities)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하지만 지난 11월 말 제네바 WTO각료회의는 DDA 잔여쟁점 처리를 공식의제로 다루지도 못했다. 타결에 실패할 경우 G20의 글로벌 의제관리 역량과 신뢰에 상당한 손상을 입을까 우려된다. 이 같이 G20의 앞길에 여러 난제들이 있긴 하나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세계경제회복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양 진영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안보 분야 이슈를 제외하면 현재로서는 세계경제 위기를 다룰 가장 유력한 협의체이기 때문이다. G20을 구성하는 선진국과 개도국 그룹의 대표격인 미국과 중국이 G2로써 글로벌 의제들에 대해 합의하고 그 결과를 G20을 통해 국제사회에 적용하려 하고 있는 점도 G20 위상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G20내 나머지 선진공업국들과 자원이 풍부한 개도국 그룹간에도 세계경기의 재균형화와 회복이 각국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 따라 의제별 정책공조와 협력에의 유인이 크다. 2010년 G20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만큼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교역 비중이 높고 기후변화 대응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G20이 다루는 의제들과 관련성이 높다. 중요한 글로벌 이슈 해결과 의제를 주도함으로써 G20체제의 지속에 기여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