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 속 새정치 전대 레이스 시작
룰 변경·잠룡 불출마론·반대파 결집 등에 판세 변할 수도
2014-11-10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게임의 규칙’을 다루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인선을 마치면서 본격적으로 차기 전당대회 레이스에 돌입했다.내년 2월8일 치러지는 전대에서 당권을 잡는 후보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이를 토대로 대선후보 등극의 발판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당권 주자와 각 진영 간에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가장 유력한 당권주자로는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꼽힌다. 그러나 이를 저지하려는 비노계 인사들의 반발이 예상되며 그에 따른 대안으로 제3의 인물로 김부겸 의원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준위 위원장에 ‘계파색’ 옅은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전준위 위원장에 4선의 김성곤 의원을 선임했다. 김 의원은 “공정한 전대, 화합하는 전대, 희망을 주는 전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전준위 부위원장에는 이상민·최규성 의원이, 총괄본부장에는 조정식 의원이 임명됐다. 위원에는 김상희·김영록·김현미·윤호중·정성호·이목희·김성주·배재정·윤관석·이원욱·전정희·전해철·최원식·홍의락 의원과 황인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각각 인선됐다.김 의원은 지난 2012년 6·9 전대와 지난해 문희상 1기 비대위 체제에서 5·4 전대에서도 전준위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계파 색이 옅고 중도적 성향을 갖고 있어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 의원은 1952년 전남 여수 출생으로 경기고,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석사·박사 과정도 밟았다.그는 한국산업정책연구소 이사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뒤 19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7대 국회에서는 국방위원장을 거쳐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17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연이어 당선됐다.전준위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날짜를 확정하고 경선 룰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대는 내년 2월8일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문재인, ‘대세론’ 속 불출마 고심
전준위까지 꾸려진 현 시점에서 당내에는 이미 최대 정파를 가진 친노계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한 ‘대세론’이 형성되는 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이를 반영하듯 초반전의 관심이 문 의원의 출마 여부에 쏠려있다. 문 의원에겐 무엇보다 어느 계파도 넘어설 수 없는 결속력과 대중 지지도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최근 여론조사기관들이 실시한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를 보면 전대 출마가 유력한 야권 주자들 가운데 문 의원은 정세균, 박지원 의원 등 후위 그룹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한편, 이 같은 ‘친노 프레임’이 강고해진다면 문 의원의 전대 불출마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문 의원 주변에서는 “현재의 친노프레임 하에서 당권을 잡는다면 대선이란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며 불출마를 건의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문 의원이 이날 출마 결단의 시점을 묻는 기자들에게 “연말까지는 시간이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향후 불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에 힘을 주고 있다.
문재인 ‘원톱’ 저지 변수는?
한편, 문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변수가 엄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대 룰 변경과 대권주자의 전대 출마 불가론이 이에 해당한다.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뽑는 현행 ‘투트랙’ 분리선거가 ‘원트랙’ 통합선거로 바뀐다면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별로 없고 명분도 군색하나 전대룰 변경은 문 의원의 ‘원톱’ 구도를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전대룰 변경을 전제로 정세균계나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중도와 비노진영이 ‘문재인 불가론’을 중심으로 단결한다면 문재인 체제의 전당대회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대권주자의 전대 출마 불가론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5선의 이석현 의원이 지난 5일 ‘계파 수장의 출마불가’를 제안할 때만 해도 실현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으나 구민주계 세력을 등에 업고 있는 박지원 의원이 10일 당권·대권 분리론을 꺼내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그러나 전대 준비와 관리를 총괄하는 문희상 비대위원장에 이어 이날 정세균 의원까지 전대룰 변경에 “뺄셈 정치는 안된다”고 ‘대못’을 박음으로써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제3의 후보는? …김부겸 등 거론
현행 ‘투트랙’ 전대룰이 유지되더라도 문 의원의 대세론을 뿌리째 뒤흔들 제3의 후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최대 다크호스를 꼽으라면 김부겸 전 의원이 우선 거론된다.김 전 의원은 야권에서 몇 안되는 영남의 중도 인사들 가운데 대권 경쟁력이 가장 크다는 점, 대권의 방향타라 할 중도층에 어필하는 합리와 상생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전대를 앞두고 문 의원과 친노계에 덧씌워진 배타적 이미지와 전대 후 당 분열에 대한 비주류의 우려와 반발이 커진다면, 이는 ‘김부겸 대안론’에 힘을 싣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안철수 전 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두 사람이 출마의 결단을 내린다면 비노의 세를 모아 대안정당론을 표방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호소가 주류세력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자극한다면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그러나 안 전 대표는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고 대안 정치인의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점, 박 전 원내대표는 당내에 독자 지지세력이 없고 강경파의 반감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