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남의 일 아니다
[이슈제언]'골든타임' 기로에 놓인 한국경제 활로
2015-11-13 박동준 기자
암울한 지표들
일본의 장기 침체 시기와 한국의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는 인식은 작금의 한국 경제를 4저(低)로 표현하는 것에 근거한다. 저성장, 저물가, 저투자, 저소비 등 ‘신(新) 4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대책이 오히려 문제를 만든다
물론 정부와 한국은행이 마냥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 3~4년간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단기 부양책을 집행한 결과 0.3~0.4%포인트 가량 성장률을 높였다.하지만 정부의 부양책은 역효과만 불러오고 있다. 금리를 낮춰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을 꾀하려 했지만 가계부채 증대라는 결과만 낳았다. 실제로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2011년 12.2%에서 지난해 2.1%로 떨어졌고 재무구조는 더 악화됐다.한은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 비중은 2013년 29.1%로 2012년(28.8%)에 비해 상승했다. 중소기업도 2012년 36.7%에서 2013년 39.5%로 크게 상승했다.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말 10.2%에서 2012년 말 15.0%로 급증했고, 주로 중소기업에 한계기업이 집중됐다.이에 비해 가계부채는 확장일로다.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1040조원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만 374조원이 증가, 임계치를 넘겼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12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대해 직격으로 비판했다.코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가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오히려 오랜 기간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미약한 내수시장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계부채를 강조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그는 “한국의 평균 임금은 다른 동일한 등급내 국가들에 비해 낮고 가계부채는 올해 6월말 GDP의 85%를 차지하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낮은 실질임금 성장률은 내수소비 진작을 저해하고, 이는 곧 기업 투자와 은행의 대출 의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고 진단했다.리더십 부재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견인해야할 책임은 정치권에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제 기능을 못한지 오래이다.특히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민생 현안이 방치된 ‘식물 국회’가 장기간 지속됐고, 국회가 정상화된 이후에도 정확한 사태 진단과 올바른 정책 처방을 해줄 리더십은 잘 보이지 않는다.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유행어가 되어버린 ‘골든타임’을 붙잡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대대적으로 변해야 된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복지 정책을 지양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수시로 진행되고 정부의 역할은 세제 지원 등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생명이 다한 한계기업에 정책자금 지원 투입은 결국 은행권의 연쇄 부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은행권의부실은 다시 서민경제의 고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 위주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다가올 고통을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그 고통을 감내하도록 이끌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계상황에 다다른 비교열위 산업에 대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기술·경영자원이 성장산업에 중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