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4가지 경고음…이미 고장난 차”
한경연 진단…저성장·중국리스크·엔저·노사갈등이 위기 부추겨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한국경제가 대내외 악재로 인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한국 경제의 4가지 경고음’이라는 자료를 통해 성장잠재력 저하, 중국 등 거대시장의 심상찮은 조짐, 엔저와 중국에 낀 제조업 위기, 노사간 손발이 맞지 않은 산업현장 등을 한국경제 위기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 상황이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 엔진이 덜덜거리는데 도로에서 차가 멈춰 서면 손쓸 방도가 없다. 지금 당장 수리를 맡기든지, 새 차로 갈아타든지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먼저 중국발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징후를 제시하며 한중 FTA 타결 중에도 중국 경제의 위험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성장 목표치를 실제 성장률보다 낮게 잡는 경향을 보여 왔는데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미니 경기부양책에도 성장률이 2분기 7.5%에서 3분기 7.3%로 하락, 올해는 성장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노동집약적 산업은 중국에 밀리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있는 산업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에 당하는 현 한국 경제의 ‘샌드위치 신세’를 우려했다.
아울러 미국, 일본, 유로권의 경제 상황과 서로 상반된 통화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엔저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되며 우리 경제를 옥죌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하락 역시 한국 경제가 성장을 멈추고 있다는 증빙자료로 제시됐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를 제외하고 2011년부터 12개 분기 동안 전분기 대비 0%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여기에 1980년대 10.6%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0년대부터 2.1%로, 2030년대부터는 1.8%로 떨어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이 33개 회원국 중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며 2038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 비율도 지난해 2.58배로 OECD 평균 2.3배보다 높다. 구직포기청년실업자인 니트족(NEET)이 청년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OECD 회원국 중 5위이다.
첨예한 노사갈등 역시 한국경제 위기론을 부추기는 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 산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는 노사협력 항목의 우리나라 순위가 2008년 95위에서 2009년에 131위로 떨어지고서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경연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사협상 기간이 4일 단축되면 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에서 최대 4%로 높아진다.
단체교섭 횟수만 놓고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일본은 전체 사업장의 49.6%가 1∼4차례 교섭을 진행하는 데 반해 한국은 70.5%가 10차례 이상 진행한다.
권 원장은 임금·단체협약 유효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이런 협상에 드는 기회비용도 매우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권 원장은 내년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인력수급, 비용추정 등 경영계획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경제정책을 다루고 해석하는 정부, 국회, 법원이 경제현실을 감안해줄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