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땅 놀려야 하는 한전의 고민
삼성동 부지, 내년 9월 현대차그룹으로의 소유권 이전까지 ‘빈 건물’
2015-11-20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10조55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현대차그룹으로 매각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가 앞으로 약 10개월간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어 한전이 고민에 빠졌다.다음달 1일부터 전남 나주 신사옥에서 전 임직원이 업무를 시작하기로 예정된 한전은 지난 7일부터 이사를 시작했다.문제는 신사옥 이전 시점과 현대차그룹으로의 삼성동 부지 소유권 이전 시점이 ‘꽤’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새 주인인 현대차그룹으로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는 시기는 부지대금 완납 시점인 내년 9월25일이다.즉 한전은 올 12월부터 내년 9월25일까지 삼성동 부지를 놀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본사 이전 이후에도 해외 사업파트 등 일부 인력은 당분간 삼성동에 남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인원이 많지 않아 사실상 건물이 공실 상태가 된다.소유권 이전 시점과의 차이가 2년 이상 더 길어진다면 단기 임차인을 구할 수 있겠지만, 1년이 채 안 되는 약 10개월 정도만 건물을 쓰겠다는 임차인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이에 한전은 현대차그룹에 소유권 이전 시점인 내년 9월까지 한전에 임대료를 내고 건물을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차그룹 측은 한전의 요청에 대해 계열사 1∼2곳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를 이전하려면 기존에 임대한 건물과의 계약기간 등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전과 단기 임대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한편 현대차그룹은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에 이르는 7만9342㎡규모의 땅에 현재의 5000명인 직원 수용 인원을 최대 3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통합사옥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 센터, 한류체험 공간 등을 조성해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만들 계획이다.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부지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오면 계열사를 입주시키는 방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로부터 한전부지 개발 인·허가가 나기 전까지는 건물을 허물 수 없는 데, 인·허가까지 3∼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