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은 왜 LIG손보·메리츠화재를 고발했나
가장 지배인 논란...“변호사법 위반” VS. “업계 관행”
2015-12-0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협회가 최근 LIG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를 가장(假裝) 지배인 제도 도입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카드사와 채권추심업체 등도 추가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편법적 소송 수행 관행을 둘러싼 금융권과 법조계의 공방이 예상된다.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협회는 지난달 18일 메리츠화재 지배인 14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10월에는 같은 혐의로 진행한 LIG손해보험 지배인 4명에 대한 고발건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기도 했다.LIG손해보험은 올 들어 송무팀 직원 4명을 지배인으로 선임해 소액소송 수행 업무를 전담케 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14명의 직원을 지배인으로 선임해 소송 수행 업무를 맡겼다. 문제는 LIG손보와 메리츠화재가 이들 직원을 지배인으로 등기하면서 ‘소송업무에 관한 대리권만을 부여함’이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가장 지배인은 말 그대로 실질적인 지배인이 아니면서 지배인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상법상 지배인은 대표자를 대리해서 재판상 재판외 행위 즉 거의 모든 포괄적인 영업행위를 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실제로 지배인의 권한이 없으면서 소송만을 전담하는 직원을 지배인으로 등기하고 변론에 출석시키는 경우가 있다.현재 법조계는 지배인으로 등기돼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지배인의 실체를 갖추지 못한 ‘가장 지배인’의 경우 일종의 편법활동으로 민사소송법상의 변호사소송대리원칙을 훼손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반면 보험업계는 금융업계 전반의 관행이나 변협측이 이권을 위해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LIG손보 관계자는 “고발당한 업체 이외에도 삼성화재나 동부화재 같은 업체 역시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업무를 진행해 왔다”며 “등기법상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이에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협회 부회장은 “단순한 이권다툼이 아니라 그간 편법이 이어져 관행이 된 상황이 문제였다”며 “이 문제의 본질은 실질적 지배인이 아닌 형식적 지배인이 등기상 업무를 전담한다는 것이고 이 상황에서 등기법은 상위법이 아닌데 이게 충족됐다고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김 부회장은 이어 “당초 메리츠화재와 LIG손보를 시작으로 같은 시스템을 차용한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역시 고발하려 했으나 이들 업체에서 먼저 나서서 해당 시스템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라며 “소송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카드업계와 채권추심업체도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실제 이번 서울변협의 고발로 문제가 되자 메리츠화재나 LIG손보와 마찬가지로 소송 전담 지배인 시스템을 가동하던 동부화재와 삼성화재는 해당 시스템 운영을 중단키로 결정했다.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달 문제가 된 업무 시스템을 없애자는 안건이 나왔고, 12월 중 논의를 거쳐 해당 시스템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