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공공성 의무 망각"

신호제지 경영권 분쟁 ‘지분 확보 혈안’

2005-12-05     권민경 기자
<주채권은행 신한은행 ‘경영권 다툼 가세’/ 신호제지 ‘신한은행 금융기관 의무 져버려’ 비난>

지난 11월 23일자 주요 일간지 하단 광고에 “신호제지 경영원 탈취에 적극 가담한 신한은행을 규탄한다”는 성명서가 실렸다. 그 내용인즉 신호제지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이 신호제지 인수에(적대적 M&A) 나선 국일제지 편을 들어 신호제지 지분 약 10%를 취득한 것은 공공성을 취득해야 할 금융기관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는 지적이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국내 제지업계 2위인 신호제지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12월 구조조정전문회사 아람FSI에 인수되면서 워크아웃을 벗어났다.

그러나 1년도 채 못돼 회사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이번엔 경영권 분쟁까지 휘말렸다. 경영권 분쟁을 들여다보면 옛 사주(이순국 회장)가 포함된 현재 경영진 세력과 1.2대 주주와의 갈등, 또 주채권은행의 지분인수 매입경쟁으로 아주 복잡한 영상을 띠고 있다.

지난 8월 주채권은행 신한은행은 2대 주주였던 아람FSI에게 상반기 경영실적 부진을 이유로 옛 사주의 등기임원 배제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아람FSI가 현 경영진 출범 6개월 만에 신호제지 공동경영 파트너로 국일제지를 끌어들였고, 국일제지는 신한캐피탈 등으로부터 신호제지 주식 19.82%를 매입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러자 현 경영진은 “국일제지가 신호제지 인수에 나섰다” 며 반발해왔다. 국일제지와 아람 FSI는 오는 12월 13일 임시주총을 열겠다고 공고했는데 이는 옛 사주 쪽 인사 등을 경영진에서 교체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임시주총 날짜가 잡히자 양측은 이제 치열한 지분경쟁에 나섰다.

현 경영진은 신안그룹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고, 1.2대 주주쪽은 신한은행에 도움을 청했다. 신안그룹과 신한은행은 지난 14일 각각 9.9%와 11.8%의 주식을 취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영진 측이 신한은행의 주식매입을 문제삼고 나섰다.

신호제지 경영진은 곧바로 법원에 신한은행 취득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급기야 신문에 광고까지 낸 것이다. 신호제지측에 따르면 “주채권 은행의 주식매입은 경영군 탈취에 적극 가담하는 것이며, 은행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신한은행 측도 “신호제지는 IMF때 1조원 이상의 부실을 낸 기업이면서도 이전 오너가 지금도 버젓이 등기이사로 사실상 경영권을 주무르고 있다” 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급기야 지난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신호제지 임직원 1천2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규탄시위까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한 아람FSI가 의결권을 남용해 회사 경영권을 넘기려 한다” 며 “더욱이 신한은행은 금융기관으로서 대출 약정 위반은 물론 객관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한쪽의 입장만 듣고 신호제지 지분 11.8%를 취득해 경영권 분쟁 사안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고 비난했다.

한편 국일제지는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분쟁의 당사자
들을 제외한 소액주주 1천707명을 대상으로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을 권유하는 권유문을 보낼 예정이다.

이번에 지지 권유에 나선 주주 1천707명은 신호제지 지분 28.87%를 보유하고 있다. 국일제지는 주주 발송 대상 권유문에서 "신호제지 부실경영의 당사자인 옛 오너 이순국회장이 회사 경영권을 계속 확보하고 있다"며 "전문경영체제 구축을 통한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 및 사외이사로 추천된 사람을 선임해줄 것과 옛 사주 이순국 해임안도 찬성해 줄 것"을 덧붙였다.

이처럼 신호제지 경영권 분쟁은 오는 13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을 앞두고 이해 당사자들간의 첨예한 대립과 법적 대응까지 얽혀 있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kyoung@sisaseoul.com
<심층취재, 실시간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