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리는 돈맥경화…초이노믹스 문제는 ‘방향’일까 ‘양’일까

경제정책 당국은 ‘시험’아닌 ‘증명’하는 자리 명심해야

2015-12-04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를 기록하면서 25개월 연속 1%대 물가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없다면 내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온다.글로벌 경제가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대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이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내수시장은 꿈쩍하지 않고있는 것이다.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낮은 물가로 인해 그나마 숨을 쉬고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견인하기 위해서 한은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대표적으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90년대 일본의 디플레이션 상황과 한국의 현재 상황이 유사하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저물가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이 때문에 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또 세수 부족으로 정부의 재정 건전성도 악화되기 때문이다.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다보면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것과 같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금융, 재정, 구조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총동원해야 하고 그 첫번째 단계로 물가가 내려가는 것에 맞춰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준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시중에 돈이 안도는 ‘유동성 함정’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대기업의 사내유보금 급증은 ‘유동성 함정’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실제 지난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화폐유통속도가 0.7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도 낮아진 것은 금리인하나 통화량이 GDP 증가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지금 시장은 금융당국을 향해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내놓고 있지만 모든 요구의 궁극 목표는 돈이 돌게 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초이노믹스의 양적완화 수준이 약해서 효과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책 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는 멀지 않은 미래의 경제지표가 말해줄 것이다.글로벌 D의 공포라는 대외악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지금 우리 경제에 울리고 있는 경고음이 심상치 않다. 그 방향이 뭐가 됐든 경제정책 당국의 자리는 시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점을 정책수립권자가 명심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