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기세수 확충위해
기업 발목 잡아선 안돼”

규제완화 천명 후 실제 이행은 지지부진…오히려 늘리기도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내외 불확실성 더해져 기업투자 위축

2015-12-04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우리나라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최근 세수 확보를 위한 정부의 각종 증세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 ‘손톱 밑 가시’를 언급한 직후 범정부차원에서 시작한 규제 완화 작업이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규제를 늘리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지난 2일 국회 새해 예산안 부수법안 처리 과정에서 기업인의 상속세를 완화해주는 상속증여세법 수정안이 부결됐다.이 법안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 가업 승계를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의 상속세법 개정안이다.상속·증여세를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대상 기업을 현행 연 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5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명문장수 기업’으로 지정되면 공제 한도도 1000억원까지 확대되도록 했는데, 사실상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경영을 돕기위한 법안인 셈이다.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중소기업 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가업상속공제는 ‘부의 대물림’이나 ‘부자감세’가 아닌 가업용 자산에 한정된 것”이라며 “사업의 매각·축소 없이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글로벌 명문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고, 지난 7월에는 기업의 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도입돼 재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은 올해 초 정부의 조사 기준으로 516조원으로 5년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돈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강제를 통해 투자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여기에 더해 법인의 해외부동산 명세서 제출 의무 신설 및 미제출 시 과태료를 상향 하거나 국외재산 증여과세를 강화하는 등 각종 규제를 내년부터 실시한다.아울러 내년부터는 산업계가 요구보다 더 적은 할당량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돼 기업들의 피해가 예고되고 있다.여기에 더해 현재 정부에서 논의 중인 지방세 개편안에는 관광호텔, 대형병원, 부동산펀드 등에 대한 취·등록세 감면 혜택을 없애고 산학협력단, 기업연구소, 산업단지, 물류단지, 관광단지, 창업중소기업, 벤처집적시설, 새마을금고, 단위조합에 대한 혜택은 대폭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현재 대다수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상황을 구조적 위기상황으로 인식하며 경기 부진이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 기준 600대 기업 중 32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경영환경 설문조사에따르면 응답기업의 91.2%가 국내 경제의 회복 시점을 2016년 이후(48.1%), 또는 내년 하반기(43.1%)로 예측했다.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추진에도 상당기간 경기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그러면서 정부가 우선순위를 둬야 할 정책과제로는 투자 및 기업의욕 고취(32.0%)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그나마 있던 혜택까지 줄여가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전경련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각종 세제혜택을 줄이고 규제를 강화하는 정부의 움직임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