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로커 윤상림 "나를 건드릴 사람 없다"

제2의 최규선 윤씨, 검·경·언 각계인사 7∼8백명 관리

2005-12-05     김상미 기자

< 수첩 속 인사 수사 첩보 유출 의혹 / 법조브로커 운영 호텔, 거물급 쉼터 / 검찰 칼끝 거물급 비호세력 향해>

지난달 정치인과 군, 검찰, 경찰 고위 간부 등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종 대형 형사사건의 '해결사' 노릇을 일삼아온 50대 법조 브로커가 검찰에 구속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청부 수사 브로커로 불리는 윤상림.

검찰 조사 결과 브로커 윤상림이 관리한 인사만 무려 7∼8백명에 달한다. 윤상림은 이들의 인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로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윤상림이 검찰 소환에 불응 한 것을 비롯해 검찰 수사진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의 뒷 배경이 얼마나 든든한지를 짐작케 한다.

현재 검찰은 윤상림의 차명계좌에 대한 자금 추적을 하는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윤상림이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 2 부는 법조 브로커 윤상림으로부터 압수한 수첩에는 직업별로 구분된 각계 인사 7∼8백여 명의 명단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윤상림은 이들을 '형님' '동생'으로 부르며 체계적으로 관리, 로비에 활용해 왔다.

지난달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등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윤상림이 검찰에 소환된 이후에도 수사진에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며 사건에 대한 진술을 계속해 거부하고 있어 그의 뒷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윤상림의 차명 계좌로 알려진 5∼6 개의 통장에 대한 자금 추적을 통해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숨겨 놓은 차명계좌가 더 있는 지 여부 등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한 윤상림이 강원랜드에서 교환한 천만원 수표 830장에 대해서도 집중 추적하고 있는 상태다.

96년 재판에 집행유예로 풀려나

거물 브로커 윤상림은 법조계에 구축한 판·검사와의 인맥을 과시하는 수법으로 사건을 무마해 주는 조건을 제시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수백억원 대에 달하는 금품을 가로채 왔다.

사실 윤씨의 검찰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6년 12월 순천지청은 군 장성 및 판검사 등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폭력을 휘두르고 군납 알선과 구속자 석방을 미끼로 금품을 받아 가로챈 기업형 폭력조직을 적발했다. 당시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 바로 윤상림이었다.

윤상림은 그가 아이디어를 짜면 조직 폭력배들이 행동에 나서는 방법을 동원, 특전사 등 군부대 장성에게 부탁해 납품을 하도록 해주겠다며 육류 도매업자에게서 6천만 원을, 구속된 인사의 가족에게는 "알고 지내던 판검사들에게 부탁해 석방시켜 주겠다"며 접근해 8천7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검찰이 윤 씨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그의 집 현관에 군에서 받은 감사패 수십 개가 있었고, 역시 검찰 법원 군 경찰 간부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도 압수했다. 이에 당시 검찰은 윤상림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을 비롯해 우여곡절 끝에 윤상림의 구속 영장이 발부됐지만 그는 결국 집행유해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당시에도 그의 비호 세력이 상당했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직폭력배도 윤상림 허풍에 넘어가

윤상림의 사기술은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평소 친분을 쌓아 놓은 검찰 인사들을 거명하며 친구와 지역 조직폭력배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기 행각을 펼쳤다.

윤상림의 사기 전적을 보면 지난 1991년 친구인 경찰공무원 심모씨가 히로뽕 투약혐의로 구속돼 파면처분 받게 되자 힘을 써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윤상림은 "총무처 소청심사위원 중 육군 소장 출신 1명을 잘 아는데 얘기를 해서 파면 처분을 취소시켜주겠다"며 심씨에게 현금 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윤상림은 법조계 인맥을 과시하며 구속된 피의자를 석방시켜주겠다는 등의 수법으로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 대의 돈을 거둬들였다.

지난 1990년 5월에는 전남 광양시에서 폭력행위로 구속된 광양 '라이온스파' 부두목 김모씨의 형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검·판사를 잘 알고 있으니 동생을 석방시켜 주겠다"고 속여 5천5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또한 지난 1995년 8월에는 '순천시민파' 부두목인 정모씨를 상대로 평소 알고 지내던 임모씨에게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정씨를 내사 중인데 3천만원을 주면 내사를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말하고 임씨를 통해 정씨로부터 돈을 받아 내려다 미수에 그쳤다.

윤상림은 군부대에는 돼지 물량공세를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축산업자들에게 군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힘써주겠다'며 군 관계자들에게 17차례에 걸쳐 4천200만원 상당의 돼지와 향흥을 제공토록 한 바 있다.

축산업자를 미끼로 군 부대의 환심을 사기도 했다. 지난 1992년 2월 윤상림은 육류도매업자 김모씨를 속여 특전사 관계자에게 부대 행사용으로 돼지 40마리 시가 480만원 상당을 제공하게하는 등 물량 공세로 군관계자들의 환심을 샀다.

특히 윤상림은 군부대의 창설기념일이나 부대 체육대회 등 기념일에 돼지고기로 선심을 씀으로써 군 관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밖에도 윤상림은 친구인 임모씨가 운영하는 환경업체가 쓰레기 매립장 설치를 앞두고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반대 여론을 무마해주겠다며 친구로부터 350만원을 뜯어냈다. 친구마저 범행 대상으로 이용해 온 셈이다.

강원랜드서 250억 환전 '돈은 어디서'

검찰에 따르면 현재 새롭게 밝혀진 그의 사기행각은 지난 2003년 5월 공범 이모(48.구속)씨와 함께 경찰에 H건설사 김모 상무가 공사하청을 준다는 명목으로 K토건으로부터 4억5천만원을 받고 군 장성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첩보를 제보한 뒤, 수사가 시작되자 H건설사를 찾아가 더 이상의 비리 제보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금 9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 서초구의 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9억원 중 일부를 받은 뒤 H건설사를 더 이상 협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한 윤상림이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에서 돈세탁과 도박 등을 위해 환전한 돈이 250억 원가량인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검찰은 강원랜드에서 칩으로 환전된 250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중으로 계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표 83억 원을 포함해 그가 강원랜드에서 실제 사용한 돈의 정확한 규모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또한 윤상림이 배서한 수표 가운데 일부가 사건 청탁을 위한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윤 씨의 차명계좌 10여 개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윤상림이 강원랜드에서 돈세탁 한 100만 원권 이하 소액수표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윤상림의 범죄에는 고액수표보다 100만원, 50만 원, 10만 원권 등 소액수표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지난 2002년 이후 강원랜드를 통해 은행 금고에 들어온 수표의 양이 엄청나 수사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강원랜드 수표를 전량 보유하고 있는 조흥은행 사북 지점에 쌓인 수표의 양은 1.5t트럭 3∼4대 분량은 족히 넘는 상황이다.

윤상림 과연 누굴 믿고 있나

검찰에 따르면 윤상림은 자신이 알고 있는 유력 인사가 상을 당했을 때 빈소 마련부터 발인까지 도움을 줬으며 조위금으로 5천만 원을 제공하는 등 고위 인사의 경조사 등을 책임지며 로비의 영역을 넓혔다.

검찰 수사의 압박에도 불구 윤상림은 여전히 안하무인격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이같은 대담함은 수사 초기부터 알려진 거물급 배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윤상림의 수첩에는 정, 관계 거물급 인사들의 명단이 기록돼 있어 그 실체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상림은 검찰 조사에서 '세상에 나를 건드릴 사람 없다'며 '자신이 진술하면 다칠 사람이 많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제까지 챙겨 줬는데 이 사람들 지금 무얼하고 있냐'고 호통까지 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이 그의 수첩에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런 가운데 윤상림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사무실을 폐쇄하고 문제의 수첩 일부를 뜯어내는 등 수사에 대비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수첩 속 인사에 의해 수사 첩보가 유출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윤상림과 단순한 친분 관계이거나 연락처일 뿐인지 로비에 연루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윤상림이 운영하고 있는 지방 호텔에 유력 인사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사실도 그의 상당한 뒷 배경을 짐작하게 해준다.

검찰은 수사 중 윤상림이 자신의 호텔로 유력인사들을 불러들인 행적을 파악했다. 호텔 인근 주변 사람도 알만큼 유력한 인물이 호텔을 자주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검찰은 윤상림의 호텔에 드나든 인사를 파악한 뒤 이들이 그의 로비활동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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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
윤상림 사건, 경찰 목죄기(?)

검, 경이 윤상림의 사건을 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물급 법조브로커 윤상림(53·구속)씨 수사가 검찰과 경찰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라는 것. 검찰이 입수한 윤상림의 수첩에는 전·현직 경찰 간부들의 전화번호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12월 인사를 앞두고 있는 경찰은 검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윤상림의 수천에 적힌 수백명의 인사를 분류해 본 결과, 경찰, 검찰, 군, 법원, 정계 순으로 많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장군 잡은 여경으로 알려진 강순덕(구속 기소)경위가 사실은 애인 관계에 있던 윤상림의 도움으로 장성들을 수사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은 또한 윤상림이 부동산업자 이모씨에게서 5천 만원을 받고 지방의 한 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부탁, 이씨의 경쟁자를 구속시키려 한 정황까지 잡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윤상림의 수사로 인해 경찰 내부 조직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경찰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윤상림 사건으로 퇴색,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달에 경찰 인사가 실시에서도 새로 요직에 기용된 간부들이 윤상림과 친분 관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불거질 경우 조직이 흔들리는 등의 큰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이같은 분위기에 허준영 경찰총장은 '윤상림의 수첩에 경찰관의 이름이 많다해 경찰이 부패했다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