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말 인사대전 개막...부행장·사외이사 대거 교체
서금회 등 ‘정치·관치’ 우려 또 부각
2015-12-09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부행장급 인사가 대규모로 단행되는 데 이어 CEO(최고경영자) 선임 등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외이사도 대폭 물갈이될 전망되는 등 은행권 연말 인사대전의 막이 올랐다.그러나 일각에서는 구태를 벗지 못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개입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은행이 부행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은행권의 연말 임원 인사가 시작됐다.
수억원의 연봉에 전용차량, 운전기사, 개인비서 등이 제공되고 거액의 판공비까지 쓸 수 있는 부행장은 은행 내에서 ‘별 중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 ‘관피아’가 사라지면서 내부 출신이 행장이 되는 관례가 정착된 만큼 이들은 바로 차기 CEO 후보군이 된다.실제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 등이 모두 부행장 출신들이다.국민은행은 7명의 부행장 중 올해 말 2년 임기가 만료되는 부행장은 홍완기 신탁본부장 뿐이다.하지만 금융당국에서 KB 내분 사태와 관련 있는 인사들의 ‘정리’를 요구하고 있어 인사폭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박지우 수석부행장, 정윤식 전략본부장,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 등은 당국의 징계까지 받아 거취가 주목된다.국민은행의 고질적인 병폐인 ‘채널 문제(1채널인 국민은행과 2채널인 주택은행 출신 간 갈등)’를 윤종규 회장이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지 관심거리다.하나은행은 6명의 부행장 중 함영주, 정수진, 황종섭, 김영철, 이영준 등 5명의 임기가 오는 31일 끝난다. 김병호 부행장은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임기가 다음 주총이 열리는 내년 3월까지 연장됐다.외환은행은 이현주, 추진호, 신현승, 오창한 부행장 등 4명 부행장의 임기가 연말에 전원 만료된다.두 은행의 통합 작업이 늦어지면서 임원 인사 또한 다소 늦춰질 수 있지만, 통합 후 인사가 이뤄질 경우 대대적인 물갈이는 물론 조직 슬림화를 위한 임원 감축마저 예상된다.신한은행은 13명의 부행장 중 임영진, 김영표, 이동환, 임영석, 서현주 부행장 등 5명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농협은행도 10명의 부행장 중 이신형, 이영호, 이정모 부행장 등 3명이 이달중 임기를 마치게 돼 대체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부행장 인사는 은행장의 전권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 인사들의 전언이다.청와대, 국회, 정부부처, 금융당국 등 ‘힘’ 있는 곳에서 온갖 청탁이 들어오기 때문에, 승진 대상자들의 실력과 경험은 물론 이러한 ‘빽’까지 모두 고려해 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은 외줄타기와 같은 아슬아슬한 인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오너’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과 달리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참여하면서 CEO 인선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더구나 한 달에 한두 번 회의에 참석하면서 많게는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아가기 때문에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자리를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그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청탁이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들이 KB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줄사퇴’를 해 대거 공석이 예상된다.이경재 이사회 의장과 고승의 이사에 이어 이번 주 내 적어도 2명의 사외이사가 추가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 3월 김영진, 이종천 이사 등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모두 6명 가량의 교체 수요가 생긴다.국민은행 이사회에서도 오갑수, 박재환 사외이사가 이미 물러난 데 이어 김중웅 의장의 임기도 내년 4월이면 끝난다.우리은행은 민영화 추진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담아 사외이사 임기를 모두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로 정했다.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는 박영수, 오상근, 채희율, 최강식, 장민 등 5명이다.신한금융지주는 내년 3월 말 주총 때 사외이사 10명 중 8명, 신한은행은 6명 가운데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하나금융지주]는 7명 중 4명, 하나은행은 6명 중 4명, 외환은행은 6명 중 5명의 임기가 내년 3월 주총 때 끝난다.은행권에서는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될 때 어떤 새 인물을 모색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다.더구나 금융 공기업에 최근 일년 새 수십명의 정치권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들어앉는 ‘정피아’ 현상이 만연하면서, 정치권에서 사외이사 자리와 관련된 청탁이 들어올 것도 우려된다고 금융권 인사들은 전했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금회’ 논란에서 알 수 있듯 임원 인사나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의 개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민간 인사의 자율성이나 사외이사의 독립성 보장은 관치·정치금융 척결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