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승계 어디까지왔나 ➂] 녹십자 2세 경영 가동, 후계는 안갯속

형제간에 이어 조카·숙부 간 경영권 쟁탈전 조짐

2014-12-09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2세 경영 체제로 전환한 녹십자의 후계구도가 여전히 안갯속 형국이다.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녹십자는 창업주 고(故) 허영섭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사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조순태 현 사장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이로써 녹십자는 조 사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허 사장이 경영전반을 보좌하는 형태의 투톱 체제를 갖추게 됐다.녹십자가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오너 간 후계구도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그동안 녹십자는 가족 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허 전 회장이 지난 2009년 뇌종양으로 타계하면서 그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회사를 이끌어왔다.또한 허 전 회장이 사망하기 6개월 전, 허일섭 회장 일가는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허 회장과 부인 최영아씨, 아들 진성·진훈 형제는 각각 2009년 4월과 5월 10억원 가량을 투자해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매입했다.이후 허 전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까지 가세해 경영권을 둘러싸고 분쟁의 불씨를 키웠다.여기에 지난 2009년 허 전 회장의 사망 이후에는 허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유산이 전혀 상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머니 정인애씨를 상대로 법원에 ‘유언효력정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허 전 부사장은 당시 “유언장이 작성된 1년 전에는 아버지가 뇌종양 수술을 받아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언장은 아버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주도하에 일방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무효”라고 반박했다.4년에 걸친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지난달 허 전 부사장은 100억에 가까운 녹십자 지분을 상속받게 돼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지분은 지난 2010년 허 전 부사장이 패소에 불복, 유언무효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 이어 별도로 제기했던 유류분반환 청구 소송에 승소해 얻은 결과다.현재 녹십자의 지분 현황은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 지분 1.52% 와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 10.62%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이어 허 전 회장의 아들인 은철·용준 형제는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2.36%, 2.44%씩 보유한 상황.지분율로만 따지면 허 전 회장의 아들형제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허 회장에 못 미친다.따라서 일각에서는 만약 허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경우 허 사장의 승계 역시 불투명 해질 수 있어, 자칫 삼촌, 조카 간 경영권 분쟁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다.게다가 최근 허 회장의 아들인 진성·진훈씨의 녹십자홀딩스 지분 역시 늘고 있어 업계에서는 허 회장이 단계적인 지분 매입으로 지주사 경영 승계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 또한 내놓고 있다.이렇다보니 녹십자의 후계 구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로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한편 녹십자는 매출 첫 1조원 타이틀을 놓고 유한양행과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