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요금 무료 미끼 장애인피해 속출

A 통신사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

2005-12-05     권민경 기자
인터넷 통신 요금을 무료로 지원해주겠다며 시각장애인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유령단체가 적발됐다. 최근 KBS보도에 따르면 '사랑의 손길'이라는 한 유령 복지단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인터넷 요금을 내주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해 이들을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무료'라는 말만 믿고 인터넷을 신청했다가 낭패를 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복지단체는 20대 텔레마케터가 꾸민 실체가 없는 단체로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 있는 재가 복지시설 '사랑의 손길'과는 이름만 같을 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피해를 본 시각장애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 유령단체 사람들은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서 무료로 인터넷을 보급해준다" 며 접근했다.

이들은 "후원회가 있기 때문에 인터넷 요금을 후원해서 통장에 넣어준다" 는 말로 사람들은 현혹시켰다. 그러나 이 말만 믿고 이 단체에 인터넷을 신청한 시각장애인들은 수개월이 지난 지금, 지켜지지 않은 약속으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했다.

한 달에 3만원이 넘는 통신 요금을 자신들의 생활비에서 물어야 했고, 일부는 요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한 피해자는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돈이 한 번도 안 들어왔다" 며 "그동안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이 단체는 장애인용 인터넷 신청을 하면서도 일반인용으로 신청해 장애인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의 대표라는 20대 여성 신모씨는 "시각 장애인들을 상대로 고객 모집을 대행해주고 인터넷 통신회사로부터 수당을 챙겨왔다고 실토했다. 신씨는 "한건당 8만원에서 10만원에 달하는 유치수당을 받았다" 고 털어놨다.

이 유령단체의 사기행각에 지금까지 확인한 시각 장애인 피해자만 모두 65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능력이 없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이다.

한편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통신 업체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 마련에 나섰다.

피해자들이 가입한 통신회사 중 하나인 A통신사 한 관계자는 "인터넷 통신 업체들이 피해를 본 시각장애인 구제를 위해 이들의 명단을 확보한 뒤 만약 해지를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애인 할인혜택을 받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해 감면액을 돌려줄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인터넷 통신사의 이름을 팔아 거짓으로 고객을 모집하는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통신회사들이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본사 혹은 적어도 대리점 수준에서는 사람들을 속여 인터넷에 가입하게 하고 유치수수료를 챙기는 이런 수법에 대해 일정 부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은 통신사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며 "이번에 적발된 유령단체 사람들은 회사의 전산 상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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