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임단협, 화두는 ‘정년연장·임금피크제’
임금인상률 2%대 타협 이뤄질 듯
2015-12-10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은행권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가 협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임단협 교섭에 들어가거나 조만간 교섭을 시작한다.국민은행은 지난 3일 노조와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8일 본격적인 실무협상에 들어갔다.하나은행 노사는 지난 9일 상견례를 가졌으며, 신한은행 노사도 이날 상견례를 하고 실무 협상에 들어간다. 씨티은행 노사는 교섭 공고기간을 거쳐 이달 말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우리은행 노사는 지난 2일부터 재협상에 돌입했지만, 2013년 임단협조차 아직 타결이 안 된 상황이다. 외환은행 노사는 하나은행과의 통합 이슈와 맞물리면서 임단협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임금인상률과 관련해 국민은행 노조가 4.4% 인상안을 요구했고, 하나은행 노조는 5.5%의 인상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신한은행 노조는 6.1%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며, 씨티은행 노조는 4∼6%대의 인상안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그러나 지난달 타결된 은행권 산별 협상의 임금인상률 기준인 2.0% 수준을 크게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은행 직원 급여 수준이 높다는 사회 인식이 있어 임금인상률은 가이드라인을 크게 벗어나는 선에서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쟁점이 되는 부분은 최근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정년연장과 이에 맞물린 임금피크제다.2016년 1월부터 ‘정년 60세 법’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임금피크제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사업주로서는 정년연장 및 이와 결부한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현재 금융노조 산하 36개 지부 가운데 16개 지부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적용 대상 직원의 급여를 55세부터 직전 연봉 총액의 50% 수준으로 삭감하고 있다. 업무도 지점 감사나 마케팅 지원 등에 한정된다.하나은행은 2006년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되 만 55세가 되면 연봉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올해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신청한 직원은 총 58명이다.그러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도입을 원하는 사측과 조건 없는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측 사이에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임금피크제가 이미 도입된 은행에서도 노사 간 갈등 소지는 남아 있다.현재 사측은 노조 측 주장대로 임금피크제 개시 연령을 2년 늦추면 인사 적체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국내 은행의 인적 구조가 중간간부가 많은 ‘항아리형’을 이루고 있어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뱅킹의 활성화로 지점은 점점 줄어드는데, 승진 대상자는 늘고 있다.반면 노조 측은 개정법상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늘어나는 만큼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늦추거나 정년을 62세로 추가로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수년 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는 점도 골치 아픈 문제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이 맡을 수 있는 보직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한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로 은행권 수익률 저하 지속이 예상되고 인사적체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노사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문제에 이견이 커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