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면세점 운영권…각 유통업체 경쟁 ‘치열’

2014-12-14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지난 11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설명회를 통해 ‘3기 면세사업권 입찰’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자 면세점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롯데와 신라의 경우 재입점을 자신하며 “면세점 운영업체가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가 어려워 수익성이 더 나빠진다”는 논리로 경쟁자들을 견제하고 있다.반면 신세계 등 새로 입성을 추진하는 업체들은 “인천공항면세점 운영으로 유통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롯데·신라 “지금도 적자인데 임대료 오르고 업체까지 늘면…”현재 롯데와 신라는 인천국제공항면세점 6개 구역 가운데 각각 3곳, 2곳의 운영권을 갖고 화장품·향수, 담배·주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실상 두 업체가 인천공항면세점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같은 운영 경험 등을 바탕으로 롯데·신라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재입점에 성공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수익성이다. 두 업체가 인천국제공항면세점을 통해 거두는 연간 매출은 약 2조원 규모.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항면세점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속사정은 좀 다르다.한 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내는 임대료가 매출(2조원)의 3분의 1이 넘는 6000억여원에 이르기 때문에 인건비 등 영업비용을 빼면 사실상 적자 상태라는 게 기존 입점 업체들의 하소연이다.더구나 공항공사의 3기 면세사업권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최저 수용금액이 현재 임대료보다 15%나 올랐다.이처럼 임대료 부담은 더 커지는데 면세영업장 참여 업체 수까지 늘면 수익성이 한계 수준에 이를 것으로 두 업체는 우려하고 있다.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보통 5%에 불과한데다 인천공항면세점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 지금도 인천공항면세점의 적자를 시내 면세점 이익으로 메우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인천공항면세점 구역을 더 잘게 쪼개고 여러 사업자에게 영업권을 나눠주는 것은 세계적으로 면세업계가 대형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구매력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러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롯데·신라가 인천공항면세점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유통 브랜드로서의 국내외 이미지 때문이다.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해외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때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현재 국제 규모의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지, 운영 경험이 있는지 여부”라며 “이런 측면에서 세계 1위 매출의 인천공항면세점 운영권은 글로벌 유통업체로서 큰 프리미엄”이라고 설명했다.△신세계 “명품 유치 역량 등 글로벌 경쟁력 갖춰”, 한화 “수익성 면밀히 따져보겠다”새로 인천공항 입성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신세계는 단기적 수익성보다는 인천국제공항면세점의 장기적 사업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당장은 큰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마트·프리미엄아울렛·백화점 등 기존 유통채널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서울시내 신세계 백화점에 면세점을 한 곳도 두지 못한 신세계로서는 인천공항면세점은 꼭 잡아야할 대상이다.신세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감소를 감수해야겠지만 신세계가 국내 대표적 유통채널 전문 그룹인 만큼 인천국제공항면세점 입점은 유통채널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향후 공항면세점과 마트·프리미엄아울렛·백화점 등을 연결하는 관광·쇼핑상품 개발 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역량도 충분히 갖췄다는 게 신세계측의 주장이다. 신세계는 우수한 재무상태, 자금 능력 뿐 아니라 백화점·프리미엄아울렛 등 기존 유통채널을 통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 경험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2011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 낙찰에도 성공, 꾸준히 공항면세점 운영 노하우도 쌓아왔다.한화 역시 인천국제공항면세점 입찰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수익성 측면에서 신세계보다 더 신중한 입장이다. 제주공항면세점 운영 경험 등을 바탕으로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화 갤러리아 관계자는 “입찰을 준비하고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진출하겠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수익성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