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승계 어디까지왔나 ⑤] 일동제약 3세 경영, 경영권 분쟁 불씨 여전

지주사 전환 무산 이어 적대적 M&A 위협까지 '첩첩산중'

2014-12-15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피로회복제 '아로나민'으로 유명한 일동제약이 올해 초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윤웅섭(사진) 사장이 지난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윤 사장은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다.

윤 사장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와 미 조지아주립대 회계학 석사를 마친 뒤 회계법인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2005년 일동제약에 합류해 기획조정실장, 전무, 부사장을 거쳐  사장에 올랐다.

윤 사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안팎에서는 그가 신약과 개량신약 개발을 주도하며 일동제약의 체질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그는 13년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비만 치료 신약인 ‘벨빅’을 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해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던  일동제약은 윤 사장의 경영 지배력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지주사 전환이 무산되면서 향후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동제약의 지분을 보면 윤 회장이 6.42%, 부인 임경자 씨가 2.67%, 윤 회장이 지분 전부를 갖고 있는 컨설팅회사 ‘씨엠제이씨’가 8.34%를 보유하고 있다.

슬하에 1남 2녀를 둔 윤 회장은 장남인 윤 사장이 1.63%, 장녀인 혜진씨는 0.22%, 차녀인 영실씨는 0.0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혜진, 영실씨는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영권을 물려받아야 할 윤 사장의 지분이 고작 1.6% 정도에 불과하다보니 이미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향후 윤 회장으로부터 그대로 상속을 받는다면 어림잡아도 100억원대의 상속세가 부과된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윤 사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지주사 전환마저 녹십자의 제동에 무산되면서 기로에 서게 됐다.

현재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지분 29.36%를 갖고 있다. 일동제약 윤 회장 일가가 32.49%를 보유하고 있으니 녹십자와의 격차는 단 3.13%p다. 자칫하면 3세인 윤 사장으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가 끊길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여기서 녹십자는 최근 공시에서 일동제약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데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녹십자와의 인수합병 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윤 사장이 산적해 있는 후계 승계문제와 경영권 분쟁 등의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