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대책 30조원 추경 집행...한국경제 영향은

아베노믹스 가속화로 엔저 심화...일본 진출 가능성은 높아져

2014-12-2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일본 정부가 자국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3조엔(약 32조원)에 달하는 긴급 경제대책 예산을 편성키로 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오는 27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공식 결정한 뒤 2014년도 추경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아베 내각은 내년 1월 하순 소집될 예정인 정기국회에 추경 예산안을 제출하고 내년 2월 중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금융완화를 계속하고 긴급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저가 심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 최근 코트라(KOTRA)에서 발표한 ‘일본 총선 전망과 국내업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이번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안정적 정권기반으로 아베노믹스 실행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코트라는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GPIF의 일본 주식 및 외국인 채권 투자뿐만 아니라, 내년 봄의 통일 지방 선거를 노린 대형 예산 편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화 약세 및 주가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등으로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코트라는 2015년 환율로 엔화가 111~114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품질경쟁력과 상관이 없는 등유, 기타합성고무 폼목 등은 엔저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의 하락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 84~87엔 수준을 기록하다가 연말에는 9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아베노믹스와 엔저 기조의 지속으로 인한 국내 산업계의 타격이다. 엔저 기조가 이어져 온 올해만 해도 전자와 자동차 등 한국 산업을 이끄는 핵심 업종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을 벌여온 중소 부품소재기업의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는 가전업계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본 업체들이 올라간 영업이익률로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기준금리 동결 후 브리핑에서 “큰 폭의 엔저로 일본 기업 재무구조가 상당히 호전된 상황”이라면서 “이런 재무구조를 배경으로 해서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을 폈을 때 우리 제품의 판매에 애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일본 내수 경기부양책에 따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철강이나 기계, 자동차 부품 등은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코트라는 향후 일본 내수부양책에 따른 한국 관련업계의 일본 진출 가능성도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공약에서 △에너지 및 에너지절감 △주택리모델링 △건설인프라 및 건자재 △MRO(유지·보수) 분야 등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기업들이 이 분야에 대한 진출을 도모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및 에너지절감산업 지원으로 일본 내 에너지 관련 품목 시장 역시 지난 2011년 2조7872억엔에서 오는 2020년 5조822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에너지전략차원에서 해양 자원개발과 관련된 산업이나 에너지 수송을 위한 해운 및 조선산업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고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리모델링산업을 촉진 정책으로 친환경 소재의 단열재 및 내·외장제 등의 시장규모가 확대돼 이에 대한 국내 관련 업종의 진출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준 코트라 선진시장팀장은 “최근 엔저 및 한·일관계경색 등으로 한·일간 교역이 악화일로에 있다면서 일본의 경제정책변화에 대한 새로운 수요나 시장을 사전에 파악하여 양국간 비즈니스 활성화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로 일본 경제가 살아날 경우 이는 한국 경제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경제가 지금보다 더 흔들려서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안 사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면 엔저는 더욱더 강해지고 이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