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의혹에 통진당 해산까지…설상가상 파행정국

與, 민생국회 압박 vs 野, 비선의혹 불씨살리기…23일 주례회동 분수령

2015-12-21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핵폭탄’급 이슈가 정치권을 휩쓸면서 부분 파행 중인 12월 임시국회의 앞날은 더 깜깜해졌다.연말 임시국회의 순항과 파국 여부는 이번 주 23일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 및 협상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위해 부분 상임위원회 파행도 불사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9일 새누리당을 향해 “23일까지 운영위 소집에 대한 답을 안 줄 시 전체 상임위 중단도 감행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전한 바 있다.만일 당장 이번 주에 정상화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여야가 이미 합의한 29일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합의부터 파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연내에 구성하기로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위한 국회 내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 해외자원개발 국조 등의 운명도 마찬가지다.이처럼 국회 현안이 줄지어 대기 중이나, 임시국회는 순항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진보당 해산에 여야, ‘동상이몽’

비선의혹을 둘러싼 대치에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통진당 해산으로 이념논쟁 양상까지 더해지면서 정국 대치가 오히려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여야는 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국회가 보수·진보의 이념논쟁의 장(場)이 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속내는 각각 다른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새누리당은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일단 통진당 해산 문제가 정리된 만큼 국회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야당 압박에 나섰다.또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대해 이른바 통진당과의 ‘야권연대 원죄론’ 카드를 전략적으로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면서 임시국회 정상화 압박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비선의혹에 대한 야당의 운영위 소집과 청문회 개최, 특검 및 국조실시 요구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진보당 해산이 정치권 블랙홀로 자리 잡으며 후폭풍을 몰고 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운영위 개최와 국정조사의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통진당 해산이 비선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정부·여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선의혹 불씨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헌재의 통진당 해산 선고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도 “헌재의 결정은 존중한다”고 반발 수위를 극도로 조절한 것도 새정치연합의 난처한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통진당을 적극 옹호하거나 헌재 판결에 정면으로 반발하면 이른바 ‘종북 프레임’에 걸려 여론의 뭇매를 맞거나 비선의혹 전선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박수현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불리한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통진당 해산심판을 서둘러 국면전환을 시도한 것에 대해 강력 경고한다”면서 “상황이 변한다고 해도 결코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운영위 소집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주례회동, 연말정국 분수령

여야는 이날부터 원내수석부대표 간 물밑접촉과 회동을 통해 실무조율을 거친 뒤 오는 23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여야 대치 전선이 더욱 꼬인 상황이어서 국회 파행상황이 새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앞서 지난 10일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우윤근 원내대표는 ‘2+2’ 연석회의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및 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를 연내에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그러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진행한 수차례의 실무 협상에도 운영위 개최를 비롯한 ‘2+2’회동 합의사항의 세부 사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국회는 파행을 겪어야했다.이 때문에 우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한 23일 주례회동은 연말 정국 분위기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또 비선의혹에 대해 사실상 실체가 없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검찰이 오는 29일쯤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이를 기점으로 여야 대치는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