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야당의 ‘활로’…당원의 선택은?
[인물 對 인물 ③]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주자, 문재인 vs 박지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세상에는 수많은 라이벌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서로가 서로를 눌러야 하고 결국에는 어느 한쪽만 살아남게 되는 ‘적대적 라이벌’이 있는가 하면 서로 경쟁을 하는 과정에 함께 성장해나가는 관계인 ‘공생적 라이벌’도 있다.
갈등과 대립, 끝장 대결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대한민국 정치권에도 다양한 라이벌과 맞수가 있는데, 이러한 라이벌 관계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판을 이해하는 결정적 지렛대가 될 수 있어서 정치권의 라이벌을 조명하는 기획을 시작했다.
매일일보의 ‘인물 對 인물’ 기획 세 번째 주인공은 세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을 놓고 일합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박지원 의원이다.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두 정부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히는 두 사람은 대한민국 제1야당을 구성하는 양대 세력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문재인 “당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면 총선·대선도 없다”
박지원 “대권후보가 당권 잡으면 초토화…역할 달라야”
새정치민주연합에게 2014년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 등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이 싸늘했음에도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고, 이에 대한 책임으로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가 나란히 사퇴하며 당은 혼란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대표직을 겸해 당 수습에 나섰던 박영선 전 원내대표까지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일선에서 물러났고, 그 후 당내 계파 갈등까지 표출되면서 당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안정이 되는가 하더니 최근에는 문 위원장의 과거 취업청탁이 논란이 되면서 다시 불안한 시기가 도래하는 분위기이다.
이 같은 ‘사면초가’의 상황 속에서 제 1야당의 수장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 사이 당권 주자들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의 당 재건과 혁신, 정권 교체 등 새정치연합의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향후 당권을 잡을 이의 책임은 막중하다.
이 같은 과제를 수행 할 유력 후보로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이 ‘빅3’로 불리며 일찌감치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친노(친 노무현)계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과 DJ(친 김대중)계의 대표로 꼽히는 박지원 의원의 일대일 라이벌 구도를 점치는 시선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가 해묵은 계파 간 싸움으로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거 패배 후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환골탈태를 강조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입장에서 계파 수장이라는 낡은 이미지는 마이너스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두 의원이 어떻게 이 같은 계파 간 한계를 극복하고 당권잡기에 나설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권 말할 때 아냐”
2·8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에게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문 의원이 친노계의 좌장이라는 점, 그리고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표적 ‘대권주자’라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 의원은 친노계의 대표로 꼽힌다. 또 이 같은 친노계는 당내 최대 계파로서 문 의원의 핵심 지지기반이라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놈이 그 놈이다’라고 말하는 대중의 정치냉소 속에서 해마다 끊이지 않고 불거진 친노-비노 간 대결 구도는 ‘간판만 바꿔달았을 뿐 야당은 변하지 않았다’라는 세간의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이에 문 의원은 지난 1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와 비노의 갈등을 얘기하는 데 이는 과장된 것”이라며 “당과 저를 공격하는 프레임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당권에 도전해 승리한다면 투명한 공천과 탕평인사 등을 통해 친노·비노를 둘러싼 계파갈등을 없애고 당을 강하게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당 일각에서 문 의원이 야권의 대표 대권주자인 점을 거론하며 ‘당권과 대권은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문 의원은 “지금은 다음 대선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문 의원은 “당의 존립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당을 살려놓고 봐야지 현재 상황에서 다음 대선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차기 총선과 대선도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통합·단결·승리가 DJ 정신”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에서 문화관광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DJ계, 즉 비노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일찌감치 “대권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박 의원은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강력한 라이벌인 문 의원을 향해 당권 불출마를 직·간접적으로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광주지역 기자 간담회를 갖고 “대권후보가 당권 잡으면 당이 초토화된다. 당권 잡고 대권도 먹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당권을 잡으면) 다른 대권 후보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향후 정권교체를 위해 당권은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당대표 임기 2년, 대선은 3년 뒤라 (당대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한가한 이야기”라고 꼬집으면서 “대선후보는 (지금)국민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몸과 마음을 섞어 나가야 한다. 국민검증, 당원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접적으로 문 의원을 겨냥,“당의 인적자산을 총 동원하고 강력한 정당을 만들어 집권의 희망을 만들자는 취지”라며 “야당 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상처가 난다. 대통령 후보는 국민에게 꿈을 주고 자기 정책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몸과 마음을 섞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과거 민주당에서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그리고 당 2인자인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자신의 의정활동 이력을 강조하며 경륜과 협상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 의원은 “당 대표는 경험과 경륜, 야성, 통합과 협상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는) 승리의 DNA를 갖고 있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자리, 핵심에서 모시고 당선시켰다”고 말해 자신이 당대표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내 일각에서 ‘친노’ 세력을 겨냥한 신당론이 나오고 있는 것을 거론하며 “당내 좌쪽 우쪽 두 세력에서 친노는 안된다 하고 있다”며 “우리 목표는 집권이고 분열해서 패배할 수 없다. 통합 단결해서 승리하는 것이 김대중 정신이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