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 15개월만에 최저…정부 경기 부양책 ‘무색’
소비자심리 3개월 연속 하락...‘저물가 저성장 악순환’ 우려
2015-12-24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가 1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로 11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심리가 위축된 올해 5월(105)보다 더 낮은 것은 물론,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지난 8∼9월 107로 올라섰다가 10월부터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이 지수는 2003∼2013년 장기 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삼아 이보다 수치가 크면 소비자 심리가 과거 평균보다는 낙관적이고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한은은 국제유가 하락, 러시아발(發) 금융불안 등 대외 여건 변화와 내수 부진을 소비심리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정문갑 한은 통계조사팀 차장은 “일본 총선 이후 심화된 엔저 현상과 저유가로 불안해진 세계 경기가 심리에 반영됐다”며 “정부의 부양책이 경기 회복세를 기대만큼 뒷받침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세부항목을 봐도 생활형편전망을 제외한 5개 항목이 하락세를 보였다.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의 경기 전망인 향후경기전망CSI는 2포인트 하락한 85로, 2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현재경기판단CSI(74→71)의 하락폭이 3포인트로 가장 컸다. 소비지출전망CSI(108→106)는 2포인트, 현재생활형편CSI(90→89)는 1포인트 떨어졌다.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저치다.앞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4월 2.9%에서 5월 2.8%로 하락하고서 이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10월 2.7%로 떨어졌으며 2개월만인 이달 다시 한단계 더 추락했다.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하락은 실제 물가상승률을 낮출 수도 있어 ‘디플레이션 경고등’으로 봐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인플레이션 기대가 사라지면 1990년대 일본처럼 금리를 내려도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져 소비자들이 소비를 늦추면 저물가가 저성장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향후 물가수준전망CSI도 관련 통계가 편제된 2008년 7월 이후 역대 최저치인 131을 기록했다.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꺾였다.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완화와 9·1 부동산대책으로 9∼10월 최고치인 124로 올랐던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달 119, 이달 116으로 내리 하락했다.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현재가계부채CSI(106→107)는 2012년 6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이번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2022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