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9일부터 자원외교 국조 ‘100일’ 시작

與 “DJ·노무현 정부 때부터 보자” vs 野 “물타기 하는 것…MB 불러내야”

2014-12-28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이명박 정부의 주요 추진 사업이었던 자원외교에 대한 비리의혹 국정조사가 내일부터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여야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원외교 비리의혹 국조 요구서를 의결한다는 방침이며, 국조특위에는 일찌감치 각각 친이(친이명박)와 친노(친노무현)계 의원들을 전진 배치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특히 이번 국조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공세에 주력해온 야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의 문제점을 위주로 맹공을 펼치는 반면, 여당은 방어에 주력하면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끌어들여 역공을 펴는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 의원에게 간사를 맡기고,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을 특위에 포함시켰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친노로 분류되는 노영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홍영표 의원을 간사로 각각 정하고 김현 최민희 의원을 명단에 올렸다.여야는 출발부터 국조 범위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새누리당은 이번 국조가 이명박 정부의 ‘흠집내기’로 흐를 것을 우려해 정권별로 기간을 구분하지 말고 원유, 셰일가스, 희토류 등의 사업별로 역대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자원외교의 조사 필요성에 관한 물음에 “당연하다”면서 “대한민국 정부 전체의 자원외교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도적 개선점은 무엇인지 등을 보는 것이지 특정 정부에 관심을 두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자원외교 조사까지 칼을 겨누려는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대해 “물타기”라고 선을 그었다.노영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8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 “노무현 정부도 같이 조사해야 한다는 말은 정쟁으로 물타기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는 정권의 치적쌓기나 권력형 비리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이명박 정부로 타깃을 한정했다.구체적으로는 한국석유공사가 2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부문 사업체(NARL)를 200억원만 받고 매각한 사례,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으로 미화 4억달러를 투자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 등을 중심으로 당시 투자 결정이 이뤄진 배경과 관련자 비리 의혹을 집중 추궁할 태세다.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출석 여부를 놓고도 여야는 격돌했다.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최근 공개 회의석상에서 “국조에 누구나 응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포문을 열었고, 노 의원도 “이명박 정권의 국부유출이 70조원에 이른다. 성역없는 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이 전 대통령의 출석을 촉구했다.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서 자원외교를 총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현 정부의 고위 인사에 대해서도 증인 채택을 주장할 방침이다. 특히 최 부총리와 윤 장관에 대해서는 공정한 국조를 위해 장관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이에 새누리당은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요구는 무분별한 정치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입증돼야만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권성동 의원은 “주무부처인 산자부 장관을 불러서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이 가능한데도 무조건 대통령을 부르겠다는 것은 정치공세로 일관하겠다는 야당의 의도”라며 “전직 대통령을 불러서 망신을 주고 폄하하려고 한다면 정상적으로 국조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파행 가능성까지 시사했다.이 전 대통령도 지난 18일 송년모임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하고 그러느냐”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인 바 있다.국조 범위와 증인 채택을 놓고 초반부터 여야가 대치할 경우 당초 합의대로 다음 달 12일 국조 계획서를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