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 ICT 10대 뉴스]이통3사 영업정지 후폭풍에 영세 대리점주 원성

열기 식은 스마트폰 부진에 삼성전자 실적 하락
단통법 시행 논란만 가중…ITU 의장 배출 위안

2014-12-29     김창성 기자
[매일일보 김창성ㆍ이근우 기자] 2014년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이동통신 3사는 불법보조금 경쟁에 대한 제재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역대 최장기간인 각 45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벤처신화의 주역인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매각을 앞두고 있다. 포털사 다음과 모바일 최강자 카카오는 합병을 통해 타도 네이버에 나섰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전체 실적이 휘청였다. 지난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온갖 논란만 양산하며 국민들의 불만만 초래했다. ITU전권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우리나라 최초로 의장을 배출한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통사 영업정지 후폭풍으로 시작해 단통법 논란으로 끝난 올 해 우리나라 ICT 분야 10대 뉴스를 정리해봤다.

1. 이통3사 영업정지 후폭풍

상반기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동통신 3사에 내린 각 45일간의 영업정지 제재 조치로 인해 관련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그중에서도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일선 영업대리점들의 상황은 심각했다. 당장 휴대전화 판매에 제동이 걸리다 보니 실적이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길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며 정부에 현실성 있는 제재를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기를 노렸던 팬택 역시 신제품 유통에 제동이 걸리며 선제적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후 법정관리 수순을 밟았다. 이통 3사에 내려진 각 45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영업정지 제재로 인해 업계 전체가 혼란에 빠지면서 당시 ‘27만원’ 이던 법적 보조금 상한선에 대한 재검토 여부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통신장애·정보유출 등 고객 불편 초래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통신 장애, 고객정보 유출 등으로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대규모 통신 장애를 일으켜 560만명의 고객이 불편을 겪게 했다. 이후 하성민 SK텔레콤 전 사장이 “10배를 보상하겠다”며 직접 나와서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몇 천 원 밖에 되지 않는 터무니 없는 보상 금액에 고객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KT도 같은 달 홈페이지 해킹으로 980만명의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8500만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와 관련 KT의 개인정보유출이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제재 수위가 너무 낮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 여론 들끓었다.

3. 다음-카카오 합병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지난 10월 ‘다음카카오’ 통합법인을 출범 시키며 타도 네이버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미래 성장동력 부재’라는 공통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다음은 모바일 사업 확대, 카카오는 해외 시장 진출이 시급한 상황 속 양사는 합병을 통해 각 사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최적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통합법인 다음카카오가 공식 출범한지 3달째에 접어들었지만 합병 시너지 보다는 성장이 정체되며 네이버 독주체제는 더욱 굳건해졌다. 합병 후 2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주가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갔다. 지난 두 달간 종가 기준 최고가는 15만6000원이고, 장중 13만원대로 떨어지는 일도 빈번했다.

4. 웨어러블 기기 출시 붐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갤럭시 기어를 출시하며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올 해 들어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 핏’, ‘기어S’ 등 후속작을 잇따라 선보이며 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가상체험 기기인 ‘기어VR’과 블루투스 헤드셋인 ‘기어서클’까지 내놓으면서 웨어러블 기기의 다양화를 이끌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7월 ‘G워치’와 9월 ‘G워치R’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으며, 애플도 내년 출시 예정인 ‘애플워치’를 공개하며 기대감을 증푹 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 ‘밴드’를 공개하며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5. 벤처신화, 팬택의 눈물

매각을 앞둔 위기의 팬택이 창업 후 지난 23년여 간 걸어온 길은 ‘벤처신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팬택은 그동안 연구개발(R&D)에만 3조원 넘게 투자하며 지난해 기준 4985건의 특허를 보유한 기술기업으로,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에 맞서 한 때 국내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고 이통사 영업정지에 유통 판로가 막히는 등 악재가 겹치며 위기에 몰렸다. 팬택 채권단이 이통 3사에 요구한 1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요구가 거부된 것도 팬택 회생의 발목을 잡았다.

6.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논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맞춰 이동통신 3사가 가입비를 전면폐지하고, 장애인·청소년·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요금제를 추가·확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가계통신비 절감에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기·일회성에 그친 이통사의 ‘생색내기’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비싼 스마트폰 값과 고가 요금제 등으로 소비자 부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통 3사가 일제히 2·3G 일반폰에 최소 지원금을 제공하고, 요금 약정할인 반환금을 없애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와 중에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됐던 제4이동통신사 출범도 불발되면서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7.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진에 실적 휘청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판매량과 점유율에서 모두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 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와 샤오미와 같은 중국산 중저가 스마트폰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스마트폰 수익성이 꾸준히 하락한데다 매분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전체 실적도 곤두박질 쳤다. 지난 10월 말 발표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 사상 처음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고지를 밟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60.0%, 매출액은 19.7%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각각 43.5%, 9.4% 줄어들며 당장 4분기 실적과 내년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8. ITU전권회의 성공 개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대표들이 모여 주요 세계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2014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지난 11월 7일 폐막했다. 우리나라는 △한국인 최초의 ITU 고위직 진출 △7선 이사국 진출 △한국이 주도한 의제 3건 모두 결의 채택 등을 성사시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ITU 전권회의가 진행된 3주 동안 세계 170여개국의 장·차관급 140여명을 포함한 정부대표단 3000여명은 ‘ITU 150년 역사상 가장 훌륭한 회의’라고 극찬하며, ‘역시 ICT 강국’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ITU 전권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을 계기로 향후 세계 ICT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와 전망도 나오고 있다.

9. 미래부·방통위 및 기업 수장 교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 교체가 올해 이뤄졌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 7월,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앞서 지난 4월 취임했으며 공통적으로 창조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말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취임 후 첫 회동을 갖기도 했다. 앞서 황창규 KT 회장도 지난 1월 임명돼, 전임 회장 리스크를 수습하며 정신없는 한해를 보냈다. 최근에는 각 기업마다 내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조준호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정호 SK C&C 사장 등이 각각 새롭게 선임됐다. 반면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전동수 삼성SDS 사장, 김대훈 LG CNS 사장 등은 유임돼 계속 회사를 이끌게 됐다.

10. 전 국민 호갱법 단통법 후폭풍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지난 10월부터 이동통신시장 공정성 확보와 가계통신비 인하의 취지로 시행됐다. 하지만 단통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분리공시제’가 무산된 채 3달째 ‘반쪽짜리’, ‘전 국민 호갱화’,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 등 오명을 쓰고 있다. 법 시행에도 여전히 높은 단말 출고가와 낮은 이통사 지원금 등으로 이통시장은 침체에 빠졌고, 단통법 직격타를 맞은 삼성전자·LG전자 등 단말 제조사들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비자 단체, 대리점·판매점들도 단통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