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 건설·부동산 10대 뉴스]저금리 영향에 주택 패러다임 변화 ‘가속화’

부동산 대책 쏟아져··실효성 두고 ‘설왕설래’

2015-12-29     김백선 기자

[매일일보 김백선·임진영 기자] 2014년 한 해 건설·부동산 시장은 파란만장했다. 지지부진하던 시장 분위기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를 탄 반면, 전세난 심화와 가계부채 위험 증가 등 부작용으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정부의 저금리 영향에 따라 전세에서 월세로, 주택에서 수익형부동산으로 부동산 패러다임도 변화됐다. 건설업계는 대내·외적 리스크를 기술력과 다변화 등으로 위기를 극복, 도약에 발판을 마련하고 나섰다.

1. 부동산 활성화 ‘올인’··대책 쏟아져

정부는 2014년 한 해 부동산 활성화에 사활을 걸었다. 얼어붙은 시장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임명될 당시부터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비롯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부총리의 성인 ‘최(Choi)’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결합한 ‘초이노믹스’로 불리며 경제계를 휩쓸었다. 최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부양에 발맞춰 DTI·LTV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정책에 부동산 시장은 들썩거렸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잇단 규제 완화로 올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전세난이 심화되고 가계부채 위험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면서 시장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 제2롯데월드, 안전 문제로 ‘휘청’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가 잇단 안전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건설계획 초기부터 군용기 항공 안전구역과 싱크홀 논란 등으로 곤혹을 치뤘다. 지난 10월 저층부 조기 개장 이후 신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는 안전성 논란에 여론의 질타와 함께 시민들 반응도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바닥 및 천장 균열, 금속 구조물 낙하, 롯데시네마 스크린 진동, 아쿠아리움 누수 등이 잇달아 터졌고,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공사 현장에서 인부 1명이 추락사해 개장 이후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개발·운영사인 롯데물산 대표를 교체하고, 문제가 된 아쿠아리움 등을 전면 폐쇄 후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힘쓰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3. 건설사, 답함 적발에 과징금 ‘폭탄’

국내 건설업체가 과징금 폭탄을 맞으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4대강 1차 턴키입찰 담합으로 1115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올해 호남고속철도공사(4355억원), 인천도시철도 2호선(1322억원), 경인운하(991억원), 대구도시철도(401억원) 등 59개사에 총 85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이는 적발된 59개 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 561억원의 15배에 이르는 금액으로, 현재 담합조사가 진행 중인 현장들을 합칠 경우 그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공공공사의 낮아진 수익성을 업체가 잘못된 관행으로 만회하려는 것도 문제지만, 입찰 과정에서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 등 담합의 소지를 허용했던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4. 저금리 기조에 ‘월세시대’ 도래

저금리 기조 영향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인데, 국토교통부의 전국 전·월세거래 신고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말까지 이뤄진 임대차계약 10건 중 4건이 월세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월세 비율이 40%를 넘어선 것이다. 전세난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임대주택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서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등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물량 부족에 따른 전세난을 당장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5. 현대차, 한전 부지 10조원 매입

현대차그룹이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고 불리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감정가(3조3000억여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보증금도 당초 입찰가의 5% 수준(5275억원)이면 가능하지만 현대차그룹은 9999억9999만9999원을 제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토지비 부담으로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강남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곳에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발전계획’과 연계돼 다양한 유·무형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6. 위례신도시 ‘광풍’···거품 논란도

올해는 ‘청약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분양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특히 향후 수도권에 건설될 마지막 대형 신도시로 예정된 위례신도시가 그 열기에 중심에 있다. ‘위례자이’는 10월 초 웃돈 호가가 전용면적 121㎡ 기준 최고 3억원까지 붙었다. 청약 경쟁률 역시 최고 경쟁률 369대1, 평균 139대1을 기록했다. 그러나 12월말 현재 위례자이의 웃돈 호가는 1억2000만∼1억5000만원으로 50% 이상 낮아졌다. 101㎡ 역시 10월 당첨자 발표 당시 1억∼1억5000만원까지 요구되던 웃돈이 5000만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그간 투기꾼들이 호가를 과도하게 올려놓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매수자들이 적어 매물만 있고 거래는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위례신도시의 과도한 거품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호가 상승의 주범 중 하나인 ‘떳다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7. 건설사 M&A, 성적표 ‘희비교차’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올 한해 ‘건설 M&A’ 시장도 분주했다.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쌍용건설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두바이국부펀드(ICD)를 선정한 가운데 올해 건설사 인수합병 시장에선 희비가 교차했다. LIG건설은 현승디엔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새 주인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고, 동양건설산업은 지난 10월 이지건설과 인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벽산건설과 성원건설은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끝에 올해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현재에도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 매각을 기다리는 건설업체(17개사)는 기업재무를 반전시킬 뾰족한 방안이 없어 M&A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8. 대형건설사, 리스크 불구 ‘해외로’

올 한해 대형건설사들은 해외 수주에 집중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져 국내 시장에선 성장세가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유가 상승과 저가 입찰 수주 경쟁으로 영업 실적에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기술력으로 돌파, 규모 위주 수주 경쟁에서 탈피, 효율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현황을 보면 현대건설이 80억7000만달러로 해외수주 1위를 달성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이 69억 600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서 SK건설이 66억 8000만달러, 삼성물산이 65억 2000만달러, GS건설이 59억달러 순으로 해외 수주 실적을 쌓았다. 또한 그간 해왔던 중동 위주의 해외 수주에서 탈피, 동남아 및 남미 지역으로의 시장 개척도 눈여겨볼만하다.

9. 삼성중공업·삼성ENG 합병 무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무산됐다. 삼성그룹은 해상·육상 플랜트의 결합이라는 시너지효과와 삼성家 오너 3세의 경영권 승계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게 됐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주식매수청구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과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키로 하고, 앞으로 합병을 재추진할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 저금리 시대, ‘수익형부동산’ 떳다

저금리 영향으로 ‘수익형 부동산’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기존 부동산 투자패턴이던 주택과 토지시장이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해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경제의 저금리현상까지 맞물리면서 매달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도 시세차익에 의한 이득보다 안정적이고 정기적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특히 상가 분양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최근 한화건설이 분양한 ‘위례 오벨리스크’는 321실 모집에 1만8389명이 몰리며 평균 56.3대 1이라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