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 유통·제약 10대 뉴스] 업황 불황 속 '희비교차'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업황 위기 속 매출 1조 쾌거도
2014-12-29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안정주 기자] 올해 유통·제약업계는 전방위적으로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불씨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소비심리는 상반기 세월호 참사 이후 급격히 추락, 월드컵·아시안 게임·추석특수도 사라졌다. 반면 허니버터칩의 예상 외의 흥행과 모바일쇼핑의 급성장,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덕에 면세점이 호황을 누리는 등 희소식도 있었다. 제약업계 역시 희비가 엇갈리긴 마찬가지. 리베이트 투아웃제와 쌍벌제 등으로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CP도입 등 제약사들의 자정노력과 함께 유한양행은 업계 최초로 1조 매출 달성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1. 세월호 여파에 소비 ‘직격탄’
국내 유통업계는 오랜 경기 불황에 더해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진 것.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체감 지수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역시 세월호 사고 이후 동반 하락했다.모든 유통 채널은 판촉 및 행사를 자제했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도 뚝 끊겨 전반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여기에 더해 월드컵 특수 실종, 9월 추석에 연이은 아시안게임 효과로 매출 반등을 기대했던 업체들은 계속해서 숨통을 트이지 못했다. 더불어 대형마트 영업규제 등 업황 장애와 경기 불황 여파까지 지속되면서 성장이 주춤한 한 해를 보냈다.2. 온·오프 융합 ‘옴니채널’ 열풍
올해 유통업계 화두 중 하나는 ‘옴니채널’ 서비스다. 온·오프라인 등 모든 쇼핑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소비자에게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를 끊김없이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인 이 서비스는 온라인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한 대안이다.일례로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달부터 서울 을지로 본점 1층에 롯데닷컴과 엘롯데 등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롯데 온라인 픽업서비스 전용데스크′를 운영했다.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이마트 온라인 채널을 한데 모은 SSG닷컴을 개설해 상품 검색부터 결제, 프로모션까지 그룹내 모든 유통채널을 통합했다.지난 9월 시작한 GS25의 옴니채널 서비스는 매장에 비치된 모형상품을 보고 바코드를 찍는 것만으로 스마트폰, 대형 텔레비전, 정수기, 비데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구입 가능하다. 업체들의 이 같은 옴니채널 도입 움직임은 내년에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3. 해외직구 시장 1조원 돌파
소비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올 한해 해외 직접구매(직구)의 열기는 거셌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올해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온라인 쇼핑족 4명 중 1명이 경험했을 정도로 핵심 유통경로로 자리매김한 해외직구의 장점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보다 최대 7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해외 직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과도한 수수료, 배송 분실, 구매취소 및 환불 거부 등 다양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한편, 국내 유통업계는 이에 반격으로 해외고객이 국내 쇼핑몰에서 국내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역직구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중문과 영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쇼핑사이트를 이달부터 운영 중이며, 롯데닷컴은 2월 해외 배송을 시작해 19개국을 대상으로 상품을 제공 중이다.4. 가구공룡 이케아, 한국 상륙
한국 상륙이 순탄치 않았던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가 지난 달 18일 광명점을 전격 오픈했다.이케아 광명점은 매장과 사무동 2개 층, 주차장 3개 층으로 구성됐으며, 창고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가구, 침구, 생활 주방용품 등 8600여 가지에 이른다. 매장 내에는 65개의 쇼룸도 마련돼 있어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이케아는 이번 광명 1호점을 기점으로 경기도 고양시 원흥지구에 2호점, 서울 강동구 고덕동 부지에 3호점을 추가로 개점할 전망이다. 더불어 2020년까지 국내에 5개점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업계는 국내 총 5개의 점포에서 매출 7500억원, 국내 가정용 가구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앞서 이케아는 가격정책·일본해 표기·최저시급 등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케아의 한국 시장 진출로 일각에서는 내년 국내 가구 업계의 타격과 함께 광명 지역 업체들의 매출 감소와 도산 등 각종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5. 허니버터칩 대박 행진
해태제과가 지난 8월 출시한 감자칩 ‘허니버터칩’은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올 한해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다.이 과자는 폭발적인 인기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한 허니버터칩은 별다른 홍보 없이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몰이를 해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 이 제품은 일부 편의점에서는 판매가 중단됐으며, 일부 온·오프라인에서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허니버터칩을 비인기상품과 같이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이 금지하는 끼워팔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해태제과의 거래행위에 대해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하겠다고 밝혀 향후 공정위의 조사 여부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6. 요우커 증가로 면세점 호황
올 한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을 먹여 살리는 ‘큰 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 면세점은 사상 최고 매출을 잇따라 기록하고 있다. 요우커들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는 것이다.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올 3분기 매출을 집계한 결과 중국인 비중이 53%로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고,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도 중국인 매출이 지난해 50%를 넘은데 이어 올해 상반기 60%선까지 상승했다.이렇듯 요우커는 이제 국내 내수 시장을 이끄는 한 축이 됐다.7.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지난 7월 2일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제약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투아웃제는 제약회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2회 적발될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아예 퇴출시키는 제도다.정부가 리베이트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근절책으로 투아웃제를 실시함으로써 제약업계는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자연스레 실적 악화를 겪었다.그러나 정부의 리베이트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도입해 윤리 투명경영 시스템 구축 기류가 업계 전반에 확산됐다.9, 동화약품, 최대 규모 리베이트 적발
올해도 제약업계에 리베이트 적발이 드러났지만 동화약품이 그 규모면에서는 최대였다. 지난 7일 동화약품이 50억이 넘는 사상 최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한동안 큰 이슈가 됐다. 이 일로 동화약품과 더불어 동화약품 영업본부장 이모(49)씨, 광고대행사 서모(50)씨와 김모(51)씨 등 3명,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55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동화약품은 2010년 1월~2012년 1월까지 쌍벌제 후에도 버젓이 리베이트가 이뤄졌다는 점, 광고대행사 등 최근 불법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CSO(영업대행사)를 활용한 리베이트가 적발됐다는 점이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9. 중견제약사 M&A 태풍
2014년 제약업계의 근본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가 M&A이다.올해 한화그룹 계열 제약사인 드림파마 인수에 다국적제약사 알보젠과 차병원, 안국약품이 뛰어들어 삼파전을 벌였고 경쟁 끝에 알보젠이 1945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최종 낙찰됐다.이외에 유한양행이 지난 3월 영양수액 전문 중소제약기업 ‘엠지’ 지분의 대량 확보를 통해 상호 윈윈의 우호적 M&A를 성사시켰다. 제약업계의 체질개선이 시급한 상황에 M&A는 주요 전략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10. 유한양행, 업계 최초 1조 클럽 가입
유한양행이 지난 19일 1조1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국내 제약사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이 같은 성과는 약가인하와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제약업계의 위기 상황 속에서 이뤄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국내 제약사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유한양행의 1조원 돌파는 국내 제약 산업이 선진화 진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한편 유한양행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녹십자도 1조원 돌파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