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밥그릇 챙기기, 애꿎은 고객.기업 멍에
2005-12-10 권민경 기자
수출기업들은 대체 수송기를 이용하거나 전세기를 이용해 화물 수송에 나섰지만, 유럽이나 동남아 노선의 경우 KAL 수송 의존도가 워낙 높아 대체 수송에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화물수출 뿐 아니라 여객 운송 또한 큰 차질을 빚고 있어, 고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중요한 해외 출장을 앞두고 대한항공 비행기표를 예매했는데, 파업 때문에 조마조마한 사람들, 예약된 항공편이 취소됨에 따라 목적지로 나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 등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고객들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측과 노조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제 밥 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노사 대립의 표면적 이유는 임금인상률이다. 노조는 ‘기본급과 비행수당 6.5% 인상, 상여금 연간 750%에서 800%로 인상’을, 사측은 ‘기본급 2.5% 인상, 상여금 800%’를 제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진짜 요구는 2001년 파업 때 해고된 조종사 3명의 복직에 있다”며 “노조측이 이를 들어주면 파업을 풀겠다는 제안을 수차례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해고자 복직 문제가 언급된 적은 있지만 이번 임금협상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파업 이후 회사가 협상에는 일체 나서지 않고, 정부와 언론에 고임금 노동자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긴급조정에만 매달리고 있다” 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측은 “대체인력 투입이 어려운 사측의 약점을 이용해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는 것” 이라고 비난했다. 또 신만수 노조위원장과 노조 간부 30명을 서울 강서경찰서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사측과 노조의 공방은 양측의 주장이 어쨌든 간에 결국은 ‘제 살 깎아먹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시민들은 이제 연례행사처럼 돼버린 항공사 파업이 지겹기만 하다. 사측과 노조가 한 치의 양보 없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들로서는 양측 모두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일반 시민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번 대한항공의 파업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9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대책과 관련한 비상집행위원회를 갖고 조속한 타결을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
이날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12월은 1년 중 수출물량이 가장 집중되는 시기고, 대부분이 첨단 IT 제품” 이라며 “이번 파업으로 주문량 감소,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의 악영향이 나타나 막 살아나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또 “10년 근무한 기장은 1억2천만원, 부기장은 8천8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임금 8%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도 이해하기 어려운 과도한 주장” 이라며 “사측 역시 조종사 노조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쁜 것을 적극 활용해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노사협상에 장애가 되고 있다” 고 노사 양측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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