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고의적 유찰' 신세계 "단순한 실수"

2006-12-12     권민경 기자
유통업계 영원한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가 최근 유찰된 김포공항 민자유치 사업 입찰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가 11월 30일 실시한 '김포국제공항 복합쇼핑몰 스카이파크 조성 민자유치사업' 시행자 입찰이 유찰되자 롯데측은 신세계가 이를 고의로 유찰시켰다고 비난했다는 것.

이에 반해 신세계측은 롯데의 주장이 억지라고 반박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스카이파크는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바로 앞 5만8천 여 평에 호텔과 백화점, 쇼핑몰 등 판매 시설, 전시 시설, 공원 등으로 이뤄진 복합쇼핑몰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김포공항 부지는 배후인 마곡ㆍ송정지구 등의 개발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면서 유통업체들이 눈독을 들였왔던 상권이다. 때문에 백화점 업계 부동의 1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할인점 부문에서 신세계에 선두를 내준 롯데도, 또 할인점의 최강자 타이틀을 복합쇼핑몰에서도 이어가려는 신세계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격전지다.

지난 9월 한국공항공사의 사업자 모집공고가 나간 뒤 11월 30일 사업계획서 제출 마감 직전까지도 두 회사 모두 사업 참여에 대해 철통 보안을 유지하며 내부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철저히 준비해왔다.

그런데 한국공항공사측은 이날 신세계가 제출한 자료에서 미비점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한 달 후 재심사를 통보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신세계가 입찰 마감 직전에 '호텔 및 전시 시설은 입찰 후 추후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 하겠다'는 조건부 단서조항을 들고 나와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자 롯데가 단독 입찰한 꼴이 돼버려, 2인 이상이 유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경우에 한해 평가를 실시한다는 사업시행자 선정 원칙에 따라 유찰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빈틈이 없기로 소문난 신세계가 자료를 충실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게 조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롯데측은 이번 유찰 결정이 신세계의 고의적, 전략적인 결과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세계가 갑자기 '조건부 응찰'을 들고 나와 황당한 분위기였다" 며 "신세계측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야 없지만, 롯데 측에서는 충분히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더욱이 롯데는 이미 김포공항에서 이마트 영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와 공항 측간의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미 두 달 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공고했는데 이제 와서 조건을 붙이는 것은 입찰을 고의로 유찰시키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 홍보실 관계자는 "고의적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며 "호텔 및 전시시설 등을 갖춰야 하는 것이 수익성면에 있어 에 미비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단순한 실수일 뿐"이라며 "20년 임차 후 국가에 기부체납해야하는 환수 조건이 무리하다고 생각했고, 호텔의 투자효율도 낮다는 판단 아래 사업수익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조건을 달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카이파크 사업은 민간 개발 사업자가 20년 동안 토지 사용료를 내고 기간이 종료되면 한국공항공사에 모든 시설물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돌려주거나 철거하는 BOT(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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