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몰아친 금융권, 지난 한 해만 2만4천명 감원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 종사자 비율도 최저
2016-01-0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권에서 지난 한 해 사이 2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전체 취업자에서 금융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금융·보험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평균 84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줄었다.2013년 1∼11월 금융권 종사자가 평균 86만400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자리가 1년 만에 2만4000개 감소한 것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5만5000명이 줄어든 이래 감소 폭이 가장 크다.지난해 1∼11월 전체 종사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54만3000명 늘어 12년 만에 최대의 증가폭의 기록했다.보건·사회복지업(13만8000명), 도·소매업(13만4000명). 숙박·음식점업(12만7000명)이 취업자 증가를 이끌었다.이들 업종보다 연봉이 많은 금융업의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것은 경제 전반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금융권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작년 11월 금융권 취업자 비중은 3.13%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7월(3.12%) 이후 최저치다.금융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고용 비중이 작고 변동성 또한 크지 않다. 지난 10년간 전체 취업자 대비 고용 비중은 3.4∼3.5%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여왔다.그러나 금융업 고용 비중이 지난해 11월에 3% 초반대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1∼11월 평균(3.3%)으로도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 된 것이다.고용 축소는 금융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금융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5%였지만 2011년 6.4%, 2012년 5.5%로 떨어졌다. 지난해 1∼3분기 비중은 5.4%다.금융업이 지난해 우리나라 일자리의 3%, GDP의 5%를 차지하는 데 그친 셈이다.지난해엔 저금리·저성장으로 수익 기반이 악화된 증권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 점포 축소가 단행됐고 신규 채용 규모도 줄었다.씨티은행, SC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저금리 시대에 역마진으로 고전하던 생명보험사들도 연달아 구조조정에 나섰다.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고객정보 보호가 강화된 영향으로 대출·보험모집인 등이 줄어든 점도 고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올해 고용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한국금융연구원은 규제 완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올해 금융권의 실적이 일부 개선되겠지만 위험관리와 경쟁력 확보에 힘쓰는 경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금융기관에서 수익이 나려면 ‘산업의 피’인 자본이 ‘순환기관’인 기업들을 분주히 오가야 하는데, 소위 금융권 보신주의로 피가 돌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허 본부장은 “금융산업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기능을 회복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금융권 취업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