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전용 창구·10년 적금’ 은행들, 은퇴자 시장 공략 박차
은퇴설계 전문 인력 충원하고 연금 보험 상품과 경쟁
2016-01-08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을 잡기 위한 은행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전국 200개 영업점을 노년층과 50대 은퇴 준비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거점 지점으로 만들어, 이 지점 내에 노년층의 재테크 상담과 은퇴 설계를 전담할 ‘시니어 전용 창구’를 운영키로 했다.
시니어 전용 창구에는 전문교육을 받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은퇴설계 전문인력 1000명이 배치된다. 몸이 불편해 은행 창구를 방문하기 어려운 노년층 고객들을 위해 ‘시니어 전용 콜센터’도 운영된다.
은행권에서 노년층만을 전담하는 콜센터와 창구가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김주하 행장은 “농협은행은 50대 이상 고객이 1000만명에 달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노년층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며 “‘시니어 리딩뱅크’가 되겠다는 각오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농협은행은 은퇴시장 공략을 총괄할 ‘백년행복설계센터’를 만들어 노년층에 특화한 전용 상품과 브랜드를 출시키로 했다.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지역농협을 합쳐 무려 6000곳에 육박하는 범(凡)농협 영업망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기업은행은 은퇴시장 공략을 위해 은행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만기 10년 적금 상품을 다음 달 내놓는다.길어야 3∼5년에 불과한 기존 적금상품의 만기를 대폭 늘려 장기간 노후자금을 차곡차곡 모을 수 있게 한 상품이다. 만기 10년 이상인 보험사들의 연금보험 상품에 맞서 은행권으로 은퇴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퇴직 전까지는 월급쟁이의 소득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월 불입액이 소득 증가에 비례해 자동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매달 20만원씩 적금을 부었다면, 내년에는 25만원씩 붓도록 미리 설정할 수 있다.기업은행 은퇴상품 담당자는 “보험사의 연금보험 상품과 대비해 수익률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중도 해지하면 원금마저 까먹는 연금보험과 달리, 적금 상품으로서 원금 손실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국민은행은 57개 영업점에 배치했던 은퇴설계 전문인력을 올해 안에 전국 700개 지점으로 확대 배치키로 했다. 재무, 세무, 부동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배치돼 고객을 위한 맞춤형 은퇴 전략을 제공한다.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은퇴 준비를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각 개인 고객의 ‘노후준비지수’를 측정,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한 후 이를 활용해 상담과 재무설계를 한다”고 설명했다.신한은행은 최근 은퇴설계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미래설계센터’를 기존 70곳 영업점에서 325곳까지 확대 설치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까지 전국 900곳에 달하는 전 영업점에 이 센터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우리은행도 은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청춘 100세 라운지’를 기존 100곳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전문교육을 받은 은퇴설계 컨설턴트 ‘행복파트너’를 육성해 전 영업점에 배치할 방침이다.은행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간단히 은퇴 및 재무설계를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상담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퇴 금융시장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은행권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며 “보험, 증권사 등과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