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하나-외환 통합 ‘노사합의 필수’ 조건 ‘은근슬쩍’ 빼나

통합 승인 전제조건 재검토 움직임에 노조 비난

2016-01-08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당국이 하나·외환은행 통합과 관련해 노사 합의 요건 완화 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비난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측은 “아직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간의 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측이 통합 신청을 하면 받아들일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금융위의 이 같은 태도 변경은 지난 3개월간의 노사협상 진행과정으로 볼 때 협상지연의 이유가 어깃장을 놓는 노조의 태도 때문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양측 노사는 지난해 11월 조기통합 관련 대화단을 구성키로 구두합의했으나 노조측이 외환은행의 무기계약직 200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해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금융위 관계자들의 이러한 발언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양 은행의 통합을 공식화한 이후 일관되게 밝혀온 공식 입장과 다른 것이다.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약속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당연히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고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위는 (5년 독립경영 보장 내용을 담은) 2·17 합의서는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하나금융측이 몇차례 노조 사인없는 ‘양행 통합 승인신청’을 금융위에 신청하려다 포기한 것도 신 위원장의 이러한 원칙론과 무관치 않았다.금융위는 이에 대해 “정부입장이 바뀌었다기 보다 지난해 말 노사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상황이 달라졌고 통합에 따른 잡음을 언제까지 정부가 기다려야 하느냐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아 어떡해야 할지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금융위가 노사합의 없이도 하나·외환은행 통합승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선 ‘확정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의 입장과 상관없이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나금융은 “합의를 위해 노조와 끝까지 협의하겠다”며 “협의가 정 어렵다고 판단되면 통합승인 신청은 그 뒤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권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측과 대화를 계속하겠다. 모든게 대화기구 안에서 논의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쟁의행위에 돌입할 생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그러나 금융위의 태도를 놓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금융위 스스로가 통합승인의 전제조건을 ‘노사 합의’임을 강조한 뒤 ‘마음을 바꿀수도 있다’는 의사를 은근슬쩍 내비치며 원칙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금융위의 오락가락한 모습은 이번만이 아니다.지난해 5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부갈등에 대해 임영록 전 지주회장의 징계수위를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바꿔 금융권 혼란을 부채질했고 야심차게 준비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반발하자 지난달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의무화 대상에 제2금융권을 제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