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제역 발생에도 소·돼지고기 소비 변화 없다”

구제역 발생 전후 변동 미미...소비자들 과거 학습 효과 작용 영향도

2016-01-11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안정주 기자]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해도 보다시피 돼지고기며 소고기 값이 오르진 않았어요.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죠. 손님들 역시 과거처럼 (구제역 파동을)민감하게 여기진 않는 것 같아요. 장사 어려움? 글쎄요. 저희는 못 느끼고 일하고 있습니다.”<매일일보>가 서울시내 모 대형마트 A지점을 찾은 지난 10일, 고기를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손님을 상대하던 육류코너 직원은 이같이 말했다.연일 뉴스를 통해 구제역 발병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우려와는 달리 손님 발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날 A 지점에서 준비한 국내산 돈 삼겹살의 가격은 100g당 1800원. 국내산 돼지갈비의 경우 제휴카드 등을 통해  살 경우 최대  30% 할인된 100g당 840원에 구입 가능했다.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인지, 이날 육류코너에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이들은 구제역 발병 소식을 크게 괘념치 않는 분위기였다.양평에 산다는 주부 반유진(29)씨는 “구제역이라고 해서 고기를 일부러 식단에서 제외하거나 하진 않는다”며 “어차피 시판되는 육류의 경우 안전한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문래에 거주하는 직장인 장신우(38)씨도 “구제역 발병 전후와 상관없이 삼겹살은 평소에도 자주 먹는다. 어제도 동료들과 회식으로 삼겹살에 소주 한잔했다”며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이날 육류코너에는 할인 한정으로 내놓은 국내산 돈육과 수입산 쇠고기 모두 내놓기 무섭게 빠르게 동이 났으며, 관련 시식코너도 인기를 끌었다.오히려 조금은 한산한 수산물 코너와도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를 보일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는 풍경을 자아냈다.대형마트들이 최근 내놓은 통계자료를 봐도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타격은 없어보인다.실제로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3일 충북 진천에서 돼지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지난 5일까지 돼지고기 매출 현황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10.2% 증가했다.국산의 경우 이 기간 7.5%, 수입산은 185.3% 매출이 증가했다. 수입산 돼지고기의 비중은 전체의 5% 미만이지만 지난해 대비 3배가량 늘었다.롯데마트의 지난해 12월 삼겹살 판매가격(100g 기준)은 2013년 1800원에서 지난해는 2050원으로 13.9% 오른 반면, 소비가 크게 늘어난 수입 냉동 삼겹살은 950원으로 변화가 없었다.수입산 돼지고기 소비 증가는 구제역 발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올 들어 국산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따른 대체 수요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했다.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 전략팀장은 “단순히 구제역 때문이 아니라, 육류를 포함한 과일, 수산물 등 신선식품 전반의 경우 가격 등락이 심한 편이며, 유통업체의 경우 도매가격의 급등락 폭을 최소화해 파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또 “즉, 도매가격이 엄청 뛰더라도 소매 가격은 덜 뛰고, 반대로 엄청 떨어지더라도 소매 가격은 덜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당사 판매가는 구제역 발생 전과 후 변동은 없다”고 덧붙였다.이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구제역으로 인한 소비 타격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이마트의 구제역 발생 이전 지난해 11.3~12.2 한 달간 돈육대표가격은 5435원(1kg)이었으나, 구제역 발생 이후 한 달(12.3~1.5)간 돈육대표가격은 4950원(1kg)으로 9.8% 하락했다.소매가격도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이마트 삼겹살 가격은 2240원(100g)이었으나 올 1월 이마트 삼겹살 가격은 2110원(100g)으로 6.2% 하락했다.육류 소비 매출에도 사실상 큰 지장은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지난해 축산 매출 신장율을 살펴보면 국산 한우와 돼지, 닭고기, 수입산 쇠고기의 전체 매출은 평균 4.8% 증가했고, 올해 1월 1일~8일 기준 전체 매출은 10.4% 신장했다.홈플러스 측도 사실상 구제역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거의 없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홈플러스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소비자들의 과거 학습 효과가 있는데다 정부도 종전과 달리 과도한 살처분을 자제하면서 사실상 구제역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