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쇼크, 주식시장 ‘나 지금 떨고 있니’

줄기세포 등 바이오 관련 주 직격탄

2005-12-16     김경식 기자
<업계 ‘단기충격 전망, 장기 실적 위주 재평가'>

지난달 29일 언론은 일제히 '황우석 경제 가치 33조' 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15일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충격 발언 이후 '33조에 달한다는 황우석 가치'는 공중으로 날아가게 됐다.

더욱이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인해 코스닥시장 줄기세포 테마주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른바 `황우석 쇼크`로 증권사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고, 관련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지경에 빠졌다.

증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파문이 바이오 및 제약주와 코스닥 시장에 일부 충격을 주겠지만 단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주식시장의 경향이 바이오주를 앞세운 중소형주 위주에서 실적을 겸비한 대형주로 옮겨갈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몇 개 월 간 코스닥 시장을 광풍으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줄기세포 주에 대한 실상을 짚어본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 사이언스에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 는 노 이사장의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인 16일 한국 증시는 오전 9시 개장 초반 코스닥과 종합주가가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몇 개월간 코스닥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줄기세포 테마주는 거의 전 업종 동반 하한가를 기록했다.

줄기세포 대장주로 알려진 산성피앤씨와 마크로젠을 비롯해 조아제약, 이노셀, 등 대부분의 줄기세포주가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황우석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가 모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증시의 반응은 차가웠다.

하한가를 맞고있는 줄기세포주들이 여전히 가격제한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황 교수의 발언에 그다지 신뢰를 두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면서 문의 전화를 해오고 있다” 며 “바이오주를 권해준 직원들과 언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재 줄기세포주는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어서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고 말했다.

황우석 효과에서 황우석 쇼크까지

지난 2004년 황 교수가 체세포 복제기법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줄기세포주 투자열기는 황 박사의 연구가 진행될수록 뜨거워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골판지 제조업체인 산성피앤씨가 줄기세포 관련 바이오벤처 FCB-파미셀에 20여 억원을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0배 이상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산성피앤씨의 대박 이후 줄기세포 투자 열기는 더욱 확산됐고, 드디어 올해 5월 황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과 복제 개 ‘스너피’가 탄생하면서 투자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또 조아제약, 마크로젠 등도 줄기세포 관련 업체에 지분 출자를 했을 뿐 직접적 관련이 없는 종목까지 평균 10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코스닥 시장의 상승을 주도했다.

올 상반기에는 라이프코드와 이노셀 등 제대혈 업체가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하고 메디포스트가 7월말 코스닥 시장에 데뷔하면서 줄기세포 투자열기는 그야말로 광풍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너도나도 바이오 벤처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풍경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16일 황 교팀의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언이 제기됨에 따라 줄기세포 테마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하락세는 줄기세포 관련 바이오 주 외에도 주변주로 확산되면서 ‘도대체 내 주식은 왜 떨어지는 것이냐’는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그런가 하면 황우석 관련주를 들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은 사태를 조용히 지켜보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덩달아 떨어지는 종목들을 저가매수 하려는 투자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다시 재개되는 시점에서는 단기매매를 노리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관련 주, 어떻게 될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코스닥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제약 바이오 업종에 미칠 영향은 일시적이며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관련 제도의 정비화 바이오 기술 검증에 대한 경각심 제고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보유 기술 수준에 따른 업체들의 차별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역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바이오 관련주를 비롯해 코스닥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일시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시 충격은 단기적인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이며 코스닥 시장은 심리적 충격은 있을 수 있지만 코스피 시장 전반에까지 조정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대우증권은 줄기세포 논란이라는 돌발적인 악재가 주식 매도의 근거로 작용해 코스닥 시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실적이 좋고 업종 대비 저 평가된 종목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면서 대기 매수세가 새로운 종목을 찾는 시장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논란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경향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주를 앞세운 중소형주 위주의 종목장세가 수그러드는 대신 실적을 겸비한 대형주에 관심이 쏠리면서 코스닥 시장에서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16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실제로 없을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지자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사태가 국가신인도 제고와 성장잠재력 확충에 부정적 영형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경부의 관계자는 “지식기반 산업과 생명공학 산업은 미래에 한국을 차세대 핵심산업으로 설정돼 있고 정부는 이 분야를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전하고 “이번 사태가 이런 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사태는 대외적 신뢰를 떨어트려 외국자본과 기술의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국제적 신인도 하락은 해외에서의 채권발행 등에서도 비용을 높이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경식 기자 dream842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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