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열풍, ‘삼성은행’ 설립 가능성은?
“‘올해의 유행어’ 전락 가능성 높아...여론몰이 멈추고 사회적 합의 시작해야”
2016-01-12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권을 중심으로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이에 일각에서는 금산분리 기조와 금융실명제 등의 규제 완화가 이어져 핀테크가 국내에 본격 도입될 경우 ‘삼성은행’이 출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핀테크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위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을 뿐, 현실적으로는 단기간 내 실현이 불가능한 만큼, ‘올해의 유행어’ 정도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금융 수장들은 개별 신년사에 이어 지난 5일 열린 ‘2015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도 핀테크는 금융권의 화두로 떠올랐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핀테크나 인터넷 전문은행 등 ‘보다 가볍고 빠른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업권 간 칸막이를 완화해 금융산업에 경쟁과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금융권의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신제윤 금융위원장도 “핀테크·창조금융 등 시대적 조류를 활용해 한국금융의 성장 동력이 끊임없이 창출되도록 ‘금융혁신’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핀테크란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결제와 송금을 진행하는 것처럼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형태의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핀테크와 함께 별도의 안건처럼 언급되는 인터넷 전문은행 역시 기술적으로는 핀테크의 하위 범주인 만큼, 핀테크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금융당국이 이렇게 ‘핀테크=혁신’임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시중 은행들도 이에 어느정도 호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스마트 금융부 산하에 핀테크 팀을 새로 꾸렸고 우리은행은 스마트금융부와는 별도로 핀테크 사업부를 신설해 운영중이다. 신한은행 역시 전담부서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핀테크에 대한 ‘열의’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발맞추기 위한 보여주기 식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실명제와 금산분리 기조로 현 상황에서는 어차피 실질적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인데다가 금융사고 등의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비롯해 필수적으로 논의 되어야 할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단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뒤처지지 않도록 각 금융사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규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가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또 ‘핀테크’라는 개념 자체가 기존 금융권들이 독점해온 금융 서비스들을 산업자본과 경쟁하며 나눠 운영하도록 하는 구조인 만큼 외부적인 제스쳐와는 달리 금융권 내부에서도 핀테크에 대한 열의가 높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애초 지난해 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가 출범할 당시에도 은행들은 은행의 서비스 영역이 줄어드는데다가 향후 이체 수수료를 받더라도 ‘슈퍼갑’이 되는 카카오톡과 수수료를 나눠야 하는 상황을 예상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의 최대 수혜자는 금융권이 아닌, IT기업이라는 것이다.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핀테크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경우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이 1차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안이 통과되는 등 ‘밥상’이 차려지게 될 경우 그 식탁의 진짜 주인은 삼성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은행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될 경우 은행을 만들지 않고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규제 완화로 판이 깔릴 경우 이미 기업 기반과 운영, 자금 관리 능력 등이 갖춰진 삼성의 은행 설립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핀테크의 ‘걸림돌’로 지목받고 있는 규제에 대한 완화는 경제민주화라는 가치에는 역행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 은행이라 할지라도 고객과의 접점이 바뀔 뿐 금융업이라는 본질은 같다”며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IT 기업이나 제조업체의 은행업 진출 허용은 그 이점보다는 폐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위한 언론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핀테크나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를 추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 할 경우 득과 실은 무엇인지 등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핀테크는 금융자본보다는 산업자본의 숙원인 만큼 TF설립 역시 은행이 아닌 산업계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실효성이 있을텐데, 금융당국은 이를 알면서도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금융권을 앞에 내세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금산분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들를 ‘핀테크에 걸기적거리는 규제’ 정도로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이어 “핀테크로 인터넷 은행이 생기게 되면 기존 은행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는.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다가 삼성 등의 대기업이 은행을 설립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업무 범위는 또 어느 정도까지 허가할지 등 민감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아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당장이라도 핀테크를 통해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밀어붙이는 금융당국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