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태 후폭풍...중기 수출금융 ‘3분의 1 토막’

무보-은행,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골몰

2016-01-13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모뉴엘 쇼크 여파로 수출금융이 위축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역보험공사와 시중은행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혁신기업으로 주목받던 가전업체 모뉴엘이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무역보험공사(무보)의 수출금융이 11월부터 급속도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보의 중소기업 수출채권 신규보증 실적은 2013년 11월 228건, 3억9927만달러에 달했으나,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는 91건, 1억1503만달러로 전년보다 ‘3분의 1 토막’으로 줄었다.

12월에는 다소 회복했으나, 예년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2013년 12월 무보의 중소기업 수출채권 신규보증은 209건, 3억9972억달러로 4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132건, 1억6213만달러로 금액 기준으로 전년의 ‘반토막’에도 훨씬 못 미쳤다.더구나 지난해 말 모뉴엘의 파산에 이어 이달 들어 무보가 모뉴엘 관련 보험금을 시중은행에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질 위험에 처했다.무보의 수출채권 보증은 수출기업이 계약에 따라 물품을 선적한 후 은행이 선적서류를 근거로 수출채권을 매입할 때 무보가 보증하는 제도다.즉,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수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물품을 보냈다는 증명만으로 은행에서 어음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다.지난해부터 엔저에 힘입은 일본 수출기업의 경쟁력 회복과 세계 경제의 위축에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경영난이 극심해진 마당에, 이처럼 수출금융마저 위축되면 중소 수출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문제는 무보와 은행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무보 측은 은행들이 심사를 철저히 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받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예전에는 은행들이 서류가 미비해도 대출해 주던 잘못된 관행이 있었는데 이것이 정상화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반면, 은행 측은 신규 보증 위측은 최근 무보의 수출업체 평가가 보다 철저해진데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 일선에서는 무보가 모뉴엘 관련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을 보고, 굳이 돈을 들여 무보의 보증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수출업체들이 신용으로 대출을 받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양측의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에 애꿎은 수출 중소기업들만 자금난에 시달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9일 오후 우리, 신한, 국민 등 8개 수출금융 취급 은행의 여신·외환담당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고 수출금융 위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에 나서기도 했다.박세춘 부원장은 “점검결과 현재까지 은행권에서 수출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거부 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