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정부 추산과 다른 국민 체감 이유는
"5500만원 이하 일부 연봉소득자 세금 부담 늘 수 있어"
2016-01-20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13월의 세금폭탄’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월급쟁이의 세 부담 증가 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보다 올해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급여생활자는 전체의 20% 내외다. 하지만 실제 연말정산 환급액수를 통해 세금 증가를 느끼는 국민은 적지 않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말정산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최 부총리는 총 급여 55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에서만 세 부담이 증가하고 5500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은 세액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밝혔다.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적용된 개정 세법 중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는 연봉이 5500만원을 초과하는 납세자라고 설명했다.구체적으로 연봉 5500만∼7000만원 구간의 경우 평균 세 부담이 2만∼3만원 정도 증가하고, 7000만원 초과 구간은 134만원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지난해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총급여(과세대상 근로소득)가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급여생활자는 297만6000명으로 전체 급여소득자 1635만9000명의 18.2%에 해당한다. 6000만원을 초과하는 급여생활자는 206만5074명으로 전체의 12.6% 가량이다.국세통계연보에 5500만원 기준은 나와있지 않지만 5000만원 초과자와 6000만원 초과자의 비율을 감안할 때 5500만원 초과자는 전체의 15%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연말정산에서 세 부담이 늘어나는 급여생활자는 전체의 15% 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하지만 개인별 특별공제 혜택 적용 차이 등으로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의 급여생활자 중에서도 연말정산 계산을 해보니 세금이 증가했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특히 미혼자들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혼자들은 자녀가 없어 자녀세액공제와 교육비, 의료비 등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여기에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환급액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한국납세자연맹이 바뀐 세법을 적용해 연봉 2360만원∼3800만원 미혼 직장인의 올해 납세액을 산출해보니 근로소득공제는 24만7500원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세액공제 증가는 7만4250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여기에 정부가 간이세액표를 ‘덜 걷고 덜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꾼 효과까지 겹쳐 근로소득자들에게 연말정산 환급액 감소는 더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다.정부도 전체 평균으로 보면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세부담 변화가 없지만, 부양가족 여부 등 개별 사례에 따라서는 세부담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산·서민층의 세부담 증가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했으나 근로자 수가 전체 1600만명에 이르러 공제항목 또는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개인별 세부담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올해 연말정산 때 예상되는 ‘세금폭탄’의 원인은 중대한 세법개정을 하면서 행정부가 급하게 잘못된 세수추계를 했고, 국회가 이를 충분히 심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