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체, ‘1회 제공량’ 쪼개기 열량표시로 규제 회피
2015-01-21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제과업체들이 1회 제공량을 임의로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고열량 저영양 식품’ 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21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식약처가 2009년 도입한 이 제도는 청소년들의 비만과 영양 불균형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따라서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제품을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분류해 TV광고·학교 매점 등에서 판매 제재를 가하는 것.고열량 저영양 식품은 간식과 식사대용으로 나뉜다. 식사대용은 라면이나 햄버거 피자 등이며, 간식은 과자와 아이스크림, 빵 등이다. 이 식품들은 청소년들이 학교 매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자주 접하는 간식류다.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간식 가운데 1회 제공량당 열량 250kcal·포화지방 4g을 초과하고 단백질 2g 미만이면 제재 대상이다. 열량 500kcal, 포화지방 8g 초과 등의 요건을 갖춘 식품도 해당된다.문제는 제과업체들이 원료나 제조방식 등을 변경해 청소년들의 건강 보호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보다 1회 제공량을 임의로 낮게 책정해 규제를 피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소비자문제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는 지적했다.컨슈머리서치가 농심,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등 5개 제과업체의 제품 5개씩 총 2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개 제품은 1봉지 기준으로 열량과 포화지방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롯데제과는 치토스 매콤한 맛, 롯데샌드 오리지널, 쌀로별 오리지널 등 3개가 포화지방·열량 등에서 1봉지를 기준으로 할 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크라운제과도 쿠크다스 화이트, 콘치, 국희땅콩샌드 등 3개의 포화지방은 1봉지 기준으로 한도를 넘었다. 오리온과 해태제과도 각 3개 제품에서, 농심도 1개 제품에서 1봉지를 놓고 볼 때 기준치를 넘어섰다.그러나 이들 업체는 1회제공량을 한 봉지가 아니라 최저 23∼30g으로 설정해 식약처의 고열량 저영양 식품 지정 대상에서 피해갔다.롯데제과 치토스 매콤한 맛은 1회 제공량으로 표시된 30g만 먹으면 포화지방이 7g으로 기준치(8g)를 맞췄지만, 88g 한 봉을 다 먹으면 포화지방을 20.5g이나 섭취한다.크라운제과 국희땅콩샌드의 경우 70g 한 봉에는 포화지방이 9.7g이나 들어갔으나 회사 측은 1회 제공량을 23g으로 정해 포화지방도 3.2g으로 낮췄다.그러나 이들 과자류를 구입한 청소년들이 정확하게 1회 제공량을 지켜서 섭취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만큼 제과업체들이 광고나 매점판매라는 제재를 피하려고 이런 방법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제과업체들이 1회제공량을 한 봉지가 아니라 임의로 나눠 표기하는 것은 현행 식품 표시 기준에 과자류의 1회 제공 기준량을 30g으로 하되, 20∼59g 범위에서 제조사가 정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제과업체들이 1회제공량을 실제 섭취량보다 턱없이 적게 정해 제재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청소년과 어린이의 영양균형을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원료나 제조방식을 바꾸도록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