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안 가리는 '마약' 사회 엘리트층 노린다

살빠지는 약, 피로회복제 둔갑 유통

2006-12-19     성승제 기자
최근 일부 사회엘리트층이 마약 및 필로폰 등을 투약하는 사건이 증가하면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병원 원장과 의사, 미국계 네트워크 관련업체, 한국법인 간부 등 사회 엘리트 계층은 물론 연예인, 주부, 학생 등에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A대학의 경우 학생의 20% 정도가 상습적으로 필로폰 등을 투약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실태는 부유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들이 점차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원하든 그렇지 않든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

사회 엘리트 계층 대거 적발

지난 12일 병원 원장과 의사, 전직 사무장, 미국계 네트워크 관련업체 한국법인 간부 등 사회 엘리트 계층 6명이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밀수, 투약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의정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하윤홍, 주임검사 정대정)는 일본으로부터 필로폰을 밀수해 투약한 서울 강남구 모 정형외과의원 김모 전사무장(39)을 특가법상 마약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S의료원 서모과장(37) 등 의사 3명과 미국계 네트워크 관련업체 한국법인 차장 백모씨(39) 등 4명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환자용 마약 빼내 투약

충남 아산에서 병원을 개원한 김모(52세)씨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자신이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처방전을 낸 뒤 날부핀 등 향정신성의 약품을 투약해 오다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당시 김씨는 환자들의 처방전을 실제 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100여 차례에 걸쳐 날부핀 등 향정신성의 약품을 빼돌려 상습적으로 투약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마약 사범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계층을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마약범죄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마약은 소량으로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다량으로 주입 될 경우 심각한 수준으로 변해버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에 의사들은 환자치료 목적으로 약물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의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중국 등에서 불법으로 매매되는 마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최근 국내에는 바, 엑스터시, LSD, PCP 등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들 불법 매매업자들은 대부분 잘 아는 주변사람이나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부유층 등을 골라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처음에는 대부분 유흥업소에서 '술 깨는 약' '잠 안 오는 약' '살빠지는 약' '피로회복제' 등으로 위장돼 판매한다고 한다.

이에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 특히 부유층 자녀들은 해외 유학에 가면서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것

이 업계 관계자의 한결같은 말이다.

하지만 비단 이들 뿐 아니라 현재는 회사원, 주부, 학생, 심지어 농촌에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약 등 복용하는 사람 증가 추세

하지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히로뽕, 필로폰 등을 복용한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치료 등을 목적으로 상담해오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남편이나 부인 등이 마약을 할 때는 사람의 본 모습이 아니라서 가족들에 의해 연락이 많이 온다고 한다"면서 "마약이 사회에서의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문의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벗어나겠다는 마음은 있어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가족에 의한 문의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 마약퇴치 운동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여년 마약 복용 "몸은 단지 껍데기일 뿐"

현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생활지도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영덕(42세)씨는 과거 20여 년간을 약물복용 한 환자였다고 한다.

지금은 마약 퇴치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데 박씨는 "마약은 맛을 보게 되면 그게 나쁘다는 것을 인식 못한다.

사회 나가서 자연 어디에서도 신비의 맛을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그 생각은 결코 잊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고통이 찾아오는데 그것은 몸 자체가 아닌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고 전제하고, "이후로는 약 기운에 마약을(다니게) 복용하게된다.

이 때부터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은 더 이상 제정신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마약은 1~2년 한다고 해서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20여년을 복용해본 결과 끊는다고 끊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끊은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과거 (마약을 복용할 때) 생각을 버릴 수 없으니 정말 무서운 약이(임에)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마약 치료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유일하다"면서 "지역별로 시민단체에서 나서 마약퇴치운동을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향후 이들을 위한 복지건설을 확
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승제 기자 sungand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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