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롯데, 택배사업에 왜 눈독 들이나
거대 유통망으로 택배시장 선두 노려…불공정 경쟁 우려
2015-01-22 안정주 기자
[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국내 택배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과 농협이 택배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하면서 택배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 일본의 사모펀드인 오릭스PE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35%)을 125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의 물류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도 200억원 수준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또한 인수 후에는 임병연 롯데그룹 정책본부 실장과 이진성 미래전략센터장을 현대로지스틱스 이사진에 합류시켰다. 이를 두고 롯데 측은 택배업 진출을 부인하는 반면 업계에서는 롯데가 택배 분야로 영역을 넓힌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4 롯데마케팅 포럼’에서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이 우리의 진짜 경쟁상대”라고 말한 바 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아마존과 구글같이 배송 시스템에서 지배력을 확보해 유통시장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실제 아마존은 신선식품의 빠른 배송을 위해 최첨단 시스템과 자동화설비를 갖췄고, 구글도 당일 배송 시스템인 구글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며 배송시간 단축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특히 롯데의 경우 백화점과 홈쇼핑, 편의점, 대형마트 등 거미줄처럼 잘 짜여진 유통망을 갖고 있어 택배사업 진출 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상황.농협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안에 택배시장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2007년에는 대한통운 인수에 뛰어들려고 할 만큼 농협은 택배사업에 관심이 많았다.특히 지난해 8월부터 우체국이 토요일 배송을 하지 않아 농산물 직거래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택배업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그러나 한국통합물류협회는 20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농협 택배 진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물류협회는 “농협의 택배 시장 진출은 모두를 공멸케 하는 자해행위”라며 “농협의 민간 택배 시장 진출 계획을 백지화 하라”고 촉구했다.반대 이유는 ‘택배 단가’ 인하 문제다. 우체국이 택배사업에 진출한 2000년 이후 단가경쟁으로 택배 가격이 반토막 났는데, 농협이 진출할 경우 가뜩이나 낮은 택배 단가가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또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적용받는 민간 택배사와 달리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택배차량 증차에 대한 제한이 없어 출발선부터 다른 불공정 경쟁이라는 시비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