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사랑법 ‘데이트 메이트’ 성(性) 해방구?

규칙은 키스까지 허용, 섹스로 가는 경우 많아

2005-12-19     홍세기 기자
<외양 ‘이성간의 만남’, 실상 ‘무분별 쾌락’ 비난>

애인은 아니지만 이성과의 만남을 즐기는 일명 ‘데이트 메이트’가 20~30십대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

‘데이트 메이트’란 이성간의 만남을 의미하는 ‘데이트’에 친구를 뜻하는 ‘메이트’가 합쳐진 단어로 간섭과 구속을 꺼리는 신세대의 사랑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사생활 간섭을 금지하고, 스킨십은 키스까지만 허용하는 등의 몇 가지 규칙을 만들어 놓고 만난다.

일각에서는 감정의 교류 없는 만남으로 인간관계를 일회성으로 만든다는 비난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 메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애인이 있으면서도 ‘데이트 메이트’를 따로 두는 사람까지 있다. 과연 ‘데이트 메이트’를 사귀고, 또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현재 ‘데이트 메이트’가 있다는 32살의 직장인 윤모씨(남). 그는 지난해 3년 넘게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이후 몇 번의 소개팅을 해봤지만 특별히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데이트 메이트’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이도 저도 다 귀찮아진 터라 부담 없이 즐길 상대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것이 현재 만나고 있는 28살의 여성이다.

그의 데이트는 함께 식사하고 영화도 보는 등 여느 연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윤씨와 상대방 여성이 서로를 대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연인과는 차이가 있다.

주말이나 특별한 날에 만나서 데이트를 하되, 비용은 반씩 분담을 하고, 또 서로의 사생활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윤씨는 “서로에게 큰 기대가 없고, 잘해줘야지 하는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다” 며 “연애하는 동안 때때로 드는 피곤함은 없으면서도, 만날 사람이 있다는 마음 때문에 외롭지 않다” 고 ‘데이트 메이트’ 예찬론을 폈다.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는 28살의 최모씨(여) 역시 3개월 정도 ‘데이트 메이트’를 사귀면서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있다.

최씨는 “일 때문에 힘들고 귀찮을 때는 만나지 않아도 전혀 미안해할 필요가 없어서 우선 편하다” 며 “물론 서로에 대한 구속력이 전혀 없다는 게 아주 가끔은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편한 점이 더 많다” 고 말했다.

과거엔 결혼 따로, 연애 따로 라는 말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연애 따로, 데이트 따로 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트 메이트’ 들은 몇 가지 규칙을 정해놓는데, 이 규칙들이란 것이 언뜻 대단히 합리적이고 그럴 듯해 보이지만 현실상으로는 정확히 지켜지기 어려운 것들이다.

인간관계에 있어 ‘감정’이란 것이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규칙사항을 보면 대략 5가지 정도다.

▲사랑하지 말 것 ▲ 스킨십은 키스까지만 ▲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 것 ▲ 감정이 식으면 깔끔하게 헤어질 것 ▲ 데이트 비용은 상의 하에 결정하되 되도록 반반씩 부담할 것.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스킨십의 허용범위를 넘는 경우가 많다.

손을 잡고, 껴안거나 때때로 키스를 하는 정도로 범위를 정해놓지만, 실상 ‘데이트 메이트’를 사귀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섹스’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는 30살의 김모씨(남)는 “물론 처음 얼마간은 단순히 손을 잡거나 가끔 키스를 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면서 “그러나 서로에게 일정 감정 이상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엄연히 이성간의 만남인데, 스킨십의 발전이 없을 수 있겠느냐” 고 말했다.

김씨 역시 “솔직히 말하면 만나면서 이미 몇 번의 섹스를 했다” 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면 서로에 대한 구속이나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섹스로 발전하는 것이 더 쉬웠다” 고 얘기했다.

쉽게 만나고, 부담 없이 사귀다 또 아무렇지 않게 헤어지는 이런 방식 앞에 ‘섹스’ 에 대한 관념 역시 진지하고 신중할 리 없는 것이다.

‘데이트 메이트’를 둔 사람들은 또 언제 어디서든 ‘애인이 없다’ 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25살의 대학생 이모씨(남)는 심지어 1년 넘게 대외적으로는 ‘여자친구 없음’을 내걸어 왔지만, 동시에 3명의 ‘데이트 메이트’를 만나기도 했었단다.

이씨는 “글쎄요. 어차피 재미로 만나는 건데 상관없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식적으로 애인이 있으면서도 ‘데이트 메이트’를 두는 사람까지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양다리나 다름 없는 행각을 벌이는 것일까.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는 회사원 32살 정모씨(남)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놀라웠다.

6개월 전쯤 정모씨가 지방지사로 발령이 나면서 애인과 만나는 횟수는 자연히 줄어들게 됐다.

때문에 주말에는 서울에서 애인과 만나고, 평일에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지역에서 ‘데이트 메이트’ 상대를 만나 즐기는 것이다.

정씨는 “데이트 메이트 상대도 내가 결혼할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면서 “데이트 메이트 규칙의 첫 번째도 두 번째도, 간섭과 질투가 금물인데 그런 걸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는 것이다.

정씨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과연 서울에 있다는 그의 결혼상대자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지,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이처럼 ‘데이트 메이트’가 인기를 끌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데이트 메이트’를 구하는 까페까지 생겨났다.

이 까페는 현재 회원수만 2만 여명이 넘고 하루 방문자수가 2천 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는 ‘데이트 메이트’를 구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연락처와 사진을 남기며 상대를 찾는 것이다.

한편 ‘데이트 메이트’와 관련해 사람들의 의견은 찬성과 반대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로 상처도 주지 않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데이트 방식”이라는 찬성이 있는가 하면 “쾌락만을 중요시하는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는 강한 반대 의견도 있다.

과거와 같이 무작정의 지고지순한 사랑만을 강요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시대에 따라 사랑의 방식 또한 바뀌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에는 즐거움, 기쁨과 함께 그만큼의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트 메이트’는 애초부터 이런 책임감이 부담스러워 일회성의 만남을 택한 것이다.

때문에 자연히 그 관계는 ‘진심’보다는 편하게 즐기고 보자는 ‘쾌락’의 모습이 강할 수밖에 없다.

과연 ‘데이트 메이트’가 신세대식 사랑법의 하나인지, 아니면 우리 세대의 일회적이고 무분별한 사랑의 한 모습인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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