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소비·투자·수출 어느 것 하나 기댈 곳 없다
대외 여건 개선에도 성장 활력 떨어져
2016-01-25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한국 경제가 ‘속 빈 강정’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대외 교역 여건 개선으로 구매력이 증가했지만 실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내수 시장의 침체는 한국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한국 경제의 3대 성장 주축인 민간소비, 투자, 수출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25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3%를 기록했다. 연간성장율은 2년 연속 증가했지만 지난 분기 성장률은 9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은 0.4%로 집계돼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 전분기(0.9%)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정확히 하면 0.384%다”며 “수출 부진과 정부의 건설투자 감소, 윤달에 따른 결혼 감소가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특히 수출과 수입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 등의 요인으로 구매력이 개선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9.94로 2013년보다 0.4% 상승했다. 이는 2010년(100.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한 단위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준다. 기준연도인 2010년에 한 단위 수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이 100개였다면 이제는 89.94개라는 뜻이다.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GDP 성장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 분기 GDI는 전분기보다 1.4%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은 3.8% 성장했다.다만 이 같이 호전된 무역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수입 역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지난해 수출과 수입의 성장률은 각각 2.8%, 2.0%를 보였다. 분기별로는 수출과 수입은 지난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수출과 수입은 전 분기보다 각각 0.3%, 0.6% 감소했다. 이는 가격변동분을 제거한 실질 지표로 우리나라의 수출입 물량이 모두 줄었다는 의미다.내수 시장은 장기 침체의 늪에서 언제 빠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민간소비는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1.7% 늘어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건설투자 역시 1.1% 증가에 그쳐 부진했다. 지난 분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분기 증가율은 각각 0.5%, -9.2%를 기록했다. 민간소비는 전분기 증가율의 절반 수준이고 건설투자는 지난 1998년 1분기 이후 최저치다.이에 대해 정 국장은 “결혼시장이 큰데 한 번 결혼하는 데 4000만원 가까이 든다는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가 있다”며 “4분기에 윤달이 껴서 1만5천건의 결혼이 3분기로 당겨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이어 “작년 세수 결손이 현재까지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세수가 안 걷히다 보니 정부지출이 줄었는데 이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여기에 연초 ‘세금 폭탄’ 연말정산 논란이 확산되면서 가계 소비는 더욱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의 재정 지출 역시 세수 결손이 증가하고 있어 전년에 비해 눈에 띄게 확대될 가능성도 낮은 상태다. 기업들 역시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