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마이웨이’...글로벌 환율전쟁 심화

환율전쟁 격화에 한은 기준금리 인하할까

2016-01-25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발표한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을 달리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당시 주요국들이 통화정책을 공조한 것과 비교되는 양상이다.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저물가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요국들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8일 루마니아가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25bp(0.25%)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15일에는 4개국이 한꺼번에 금리를 인하했다. 스위스가 -0.25%에서 -0.75%로 50bp 금리를 낮췄으며 인도는 8.00%에서 7.75%로 내렸다. 페루와 이집트 역시 각각 25bp, 50bp씩 기준금리를 인하했다.20일에는 덴마크(-0.05% →-0.20%)와 터키(8.25% → 7.75%), 21일에는 캐나다(1.00% → 0.75%)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 중 덴마크는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결정이 시장에 전해지자 금리를 인하한지 이틀만에 15bp를 추가 인하했다.캐나다 역시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6년 만에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한국은 2.00%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본과 유럽연합 역시 금리를 현행 수준으로 결정했다.다만 일본은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최근 일본중앙은행이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앞으로 또다시 양적완화를 내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중인 구로다 총재는 23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추가 부양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새로운 정책수단을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그는 “2%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통화정책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며 “국채를 매입하는 통하정책에 기술적인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반면 브라질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11.75%에서 12.25%로 50bp 인상했다.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국의 경제 보호를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한 국가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은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하락을 야기해 상대적으로 교역 상대국의 통화가치 절상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상대 국가의 수출경쟁력은하락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환율 차이에 따른 급격한 외자 유입 등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이 때문에 상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도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를 두고보면 조기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글로벌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시기를 다소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강세에 가속도가 붙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권한욱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연초 글로벌 통화정책은 완화기조 강화로 출발했다”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더 신중히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한국 역시 글로벌 환율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ECB의 양적완화에 대해 “조그마한 뉴스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환율 등 가격변수가 커질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진단하면서 “우리나라는 대외 충격흡수 능력이 높은 편이라 아직 별문제가 없었으나 변동성 여하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지난해 두 차례 인하한 금리 효과를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 침체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기대 무산은 경기회복 기대 심리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저성장 기조에 대한 우려 심리가 상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침체기조 지속 가능성이 높음을 감안하면 2~3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