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90세 노모의 눈물’

고향 주민들 "유년시절 순박했던 황우석을 믿는다"

2005-12-20     김상영 기자
세계최초의 배아줄기세포가 진위 논란에 휩싸이면서 줄기세포 복제의 세계최고 권위자로 손꼽혔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고통과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황 교수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에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서울대 연구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황 교수의 고향인 충남 부여군 은산면 주민들도 침통한 심정으로 연일 계속되는 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황 교수가 세계최초로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5월 은산면 마을 주민들은 세계적인 인물이 탄생했다며 흥분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이날 이후로 인적이 뜸하던 은산면에는 주말과 휴일이면 황 교수의 생가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과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마을 어귀에는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 황우석 박사님 자랑스럽습니다’, ‘60억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주시며 한국을 빛내고 세계를 감동시킨 황우석 박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황 교수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기 일쑤였다.

그러나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이곳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영웅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비통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19일 마을 주민 김병식(가명)씨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진위 논란의 중심에는 노성일(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씨가 있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고, “황 교수에 이어 2인자였던 노성일(이사장)이 황 교수를 밀어내고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독차지 하기 위해 모종의 음모를 꾸민 것 같다”면서 “황 교수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만 보더라도 음모설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듯 싶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특히 "윤00 교수, 김선종 연구원 등 황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미즈메디 병원측 사람들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또 “이곳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황 교수의 말이 진실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피력했다.

김씨는 또한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들 때문에 황 교수가 지금의 지경에 이르렀다”며“황 교수는 그런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황 교수는) 아버지를 5살 때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착하고, 순박한 아이였다”고 술회했다.

김씨에 따르면 황 교수는 3남 3녀의 6남매 중 3째. 어머니가 매우 강직하시고 올곧은 분으로, 6남매를 모두 똑바르고 훌륭하게 잘 키웠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현재 황 교수의 어머니는 올 해 90세로 황 교수의 둘째 형이 모시고 있다.

황 교수의 친지 황모씨는 19일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황 교수와 5남매는 이 같은 사실(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끝까지 숨길 생각이었지만 노모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황 교수가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한장면을 TV를 통해서 목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황 교수의 신변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노모의 충격을 우려해 자세한 내용은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게 황씨의 설명이다.

한편, 줄기세포 진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황 교수의 생가에는 주말이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상영 기자 jlist@sisaseoul.com
<심층취재, 실시간뉴스 매일일보 / www.sisaseou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