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총성없는 ‘상표권’ 전쟁
상표권 분쟁 리스크 방지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 늘어
2016-01-27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유통업계가 브랜드 상표권을 지키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상표권은 기업과 상품에 미치는 영향력과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만큼 해묵은 과제으로 통하는 상표권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혈전이 계속되는 형국이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명품 패션브랜드 ‘버버리’와 한글 명칭이 같아 상표 등록이 거부됐던 안동의 특산물 찰떡 브랜드 ‘버버리 단팥빵’은 최근 특허청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등록 출원 거절 결정 불복’ 심판에서 승소했다.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2월 ‘버버리단팥빵’으로 상표등록을 출원했지만 영국 버버리가 이의를 제기한 데 이어 특허청도 제동을 걸어 공방을 벌여왔다.경북 안동에서 ‘버버리’는 ‘벙어리’라는 뜻의 일종의 방언으로, 회사는 찰떡의 브랜드로도 사용해왔다.심판원은 심결문에서 “본 사건 출원상표의 지정상품은 단팥빵이고, 선사용 상표(영국 ‘버버리’)의 지정상품은 의류와 가방 등 패션 관련 제품”이라며 “양 상표의 지정상품이 다르고 호칭이 동일하더라도 일반 수요자가 오인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영국 브랜드 버버리는 이번 분쟁 외에도 과거 국내 패션업체들과 각종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며 구설에 오른 바 있다.버버리는 지난 해 3월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판매하는 쌍방울의 트라이 속옷제품이 자사의 ‘체크 무늬’를 도용한 것으로 판단, 소송을 제기해 1심에 승소했다. 당초 항소의 뜻을 밝혔던 쌍방울은 최근 1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버버리는 지난해 2월에도 LG패션의 닥스 제품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강제조정을 통해 3000만 원을 배상받은 바 있고, 2006년엔 제일모직의 ‘빈폴’과 세정, 광원어패럴에 체크무늬 도용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상표권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은 식품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5월 자사 불닭볶음면의 포장을 팔도가 모방했다며 법원에 팔도 불낙볶음면의 판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이 같은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상표권 보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품 브랜드를 기업 브랜드와 통합관리시켜 자산으로서의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것.지난해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상표권 보유기업 7만113개 중 최다 보유기업은 아모레퍼시픽(총 9354건) 1위, 롯데제과 7911건, 삼성전자 6517건, LG생활건강 5823건, 농심이 481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이처럼 많은 기업이 상표권을 보유하게 된 배경에는 경쟁기업보다 우선적으로 시장을 선점을 노리기 위해서는 브랜드 선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인 것으로 특허청은 분석했다.업계 관계자는 “지식재산권의 하나인 상표권이 중요한 기업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제품출시 전부터 상표 출원 등 상표권 분쟁 리스크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상표권은 특히 히트브랜드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모방을 노리는 미투 제품으로부터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